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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도 安도 "공수처 줄여야"…개혁 상징, 개혁 수술대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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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김진욱 공수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3월 10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김진욱 공수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재판에 넘기며 70여년간 이어져 온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를 깼지만, 향후 공수처의 입지는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공수처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오히려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설립을 추진해온 수사기관이다. 지난해 1월 21일 행정·입법·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 기관으로 출범했고, 1년 2개월가량 만인 지난 11일엔 ‘스폰서 검사’ 의혹과 관련해 김형준(52, 사법연수원 25기) 전 부장검사를 약 1100만원 상당의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하며 ‘1호 기소’라는 역사적 기록을 남겼다.

안철수 인수위원장 “예산 최소 배정해 수사정지 시킬 것” 

그러나 이런 성과도 조만간 빛이 바랠 가능성이 크다. 오는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공수처의 힘을 대폭 뺄 것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고위공직자 부패 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는 독소조항(공수처법 24조)을 폐지해 검찰·경찰도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공약했다. 공수처가 ▶수사 능력이 떨어지고 ▶ 정치적으로 편향됐으며 ▶기자와 주부 등을 대상으로 무차별 불법 사찰을 해왔다는 게 개혁의 명분이다.

공수처 폐지를 추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개선을 시도했다가 안 되면 폐지를 추진하겠다”라며 조건부 폐지를 약속한 상태다. 대선 당시 윤 당선인과 경쟁하다 단일화를 하고 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공수처 폐지를 공언하기도 했다.

다만 공수처 폐지는 국회의 동의를 얻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전체 국회 의석수는 300석이고 재적 의원은 295명인데, 공수처 설립을 주도해온 더불어민주당이 172명으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는 절대 다수의석이 민주당에 있다”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공약한 정치개혁, 민생법안, 언론개혁, 검찰개혁 등을 신속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공수처에 대해 “예산과 정원을 늘리겠다”라며 공수처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공약을 했었다.

이와 관련 안철수 대표는 “공수처 폐지법이 민주당에 장악된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공수처에 예산을 최소한도로 배정해 수사 기능을 정지시키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뉴스1

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뉴스1

공수처, 檢 반발 산 ‘기소 유보부 이첩’ 근거조항 삭제

이미 공수처는 스스로 권한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14일부터 시행되는 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건사무규칙’에선 이른바 ‘기소 유보부 이첩’ 요구의 근거 조항이 삭제된다. 기소 유보부 이첩이란, 공수처가 검찰 등으로 사건을 이첩할 땐 기소권을 제외하고 수사권만 보낼 수도 있다는 것으로 수사를 마치면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말고 다시 사건을 되돌려달라는 뜻이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막을 목적이라는 게 구실이었다.

공수처가 지난해 3월 검찰로부터 이첩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검찰에 재이첩할 당시 기소 유보부 이첩 의도를 밝혔다. 그러자 검찰에선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라며 “공수처가 수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든지, 검찰에 사건을 넘기려면 기소 여부 결정에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같은 해 4월 검찰은 공수처의 요구를 무시하고 이규원 부부장검사 등을 기소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5월 사건사무규칙을 만들며 기소 유보부 이첩의 법적 근거를 만들었지만, 지난해 6월 법원은 “잠정적으로 검찰의 공소제기가 적법하다”라며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에 공수처가 기소 유보부 이첩 관련 조항을 삭제한 배경이다.

공수처가 지난해부터 이어온 윤 당선인에 대한 수사는 멈춰설 가능성이 크다. 현직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내란, 외환죄가 아니면 기소되지 않는 불소추 특권을 갖는다. 공수처는 현재 ‘고발 사주’ 의혹, ‘법관 사찰 문건 작성 지시’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 수사’ 의혹 등 3가지 사건을 수사 중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감찰 방해’ 의혹에 대해선 지난달 9일 불기소 처분을 했다. 공수처는 그동안 크게 12건의 사건을 직접 수사했는데, 이 가운데 4건이 윤 당선인 관련 사건이어서 “기관 이름을 ‘윤수처’로 바꿔라”라는 국민의힘의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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