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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소독제·마스크까지 미국行…한‧미 FTA 덕 봤다

중앙일보

입력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 3월 15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 내 FTA무역종합지원센터를 방문 현황보고를 받고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 3월 15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 내 FTA무역종합지원센터를 방문 현황보고를 받고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중앙포토]

#1.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미국의 J사와 L사는 각각 한국산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두 회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으로 한국산 제품이 중국산·베트남산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고 거래 이유를 설명했다.

#2. 과거 미국의 W사는 한국산 막걸리를 수입하지 않았다. 리터당 3센트의 관세가 부담돼서였다. 그러다 한·미 FTA가 발효되고 관세가 철폐된 후 수입을 시작했다.

대미 수출입 시장에 다각도로 영향을 미친 한·미 FTA가 15일로 발효 10년을 맞는다. 2012년 3월 15일 발효 이래 10년간 양국간 상품무역은 FTA 발효 전(2011년) 1008억 달러에서 2021년 1691억 달러로 67.8% 증가했다.

미국이 한국 상품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FTA 발효 전인 2011년 9.3%에서 2021년 13.4%까지 증가하며 미국은 한국의 2대 무역 상대국으로 부상했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석유제품, 2차전지, 냉장고, 합성수지 등이 수출을 주도했다. 그 결과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FTA 발효 전 116억 달러에서 2021년 227억 달러로 늘었다.

[자료 무역협회]

[자료 무역협회]

미국은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1위 국가이자 한국 기업의 최대 해외 투자처다. FTA 발효 이후 전체 FDI에서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22.3%, 한국의 해외 투자 중 대미 투자가 차지한 비중은 25.2%에 달한다.

한국의 대미 투자는 배터리, 반도체, 전기차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미국은 설계·디자인, 한국은 제조 분야 강점을 바탕으로 밸류 체인을 구축했다. 배터리 산업은 주로 한국 배터리 기업과 미국 완성차 기업들이 합작 투자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한국 기업은 대규모 고객사를 선점해 경쟁국 대비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미국 완성차 업체는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는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한‧미 FTA 10년 평가와 과제’ 보고서에서 “미·중 갈등과 코로나19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를 겪으며 신뢰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더욱 강조되는 가운데, 반도체·배터리·의약품 등 핵심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 협력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전체 상품무역 중 미국 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의 전체 상품무역 중 미국 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미 수출입 업체들의 경험담에 따르면 그 효과는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났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미국 내 7개 무역관에서 대한국 수출입 업체를 상대로 실시한 심층 인터뷰에 따르면, 미국 바이어와 수출 기업은 한·미 FTA의 관세 절감 효과가 한국과 거래를 확대하는 데 긍정적인 요소였다고 입을 모았다.

예컨대 한국산 구동차축을 수입하는 바이어 Z사는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된 점이 한국산 수입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캠핑카 수출업체인 F사는 “코로나19로 캠핑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국으로 캠핑카 수출이 증가했다”면서 “무관세 역시 수출에 긍정적 요인이었다”고 했다.

미·중 통상 분쟁으로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관세가 부과된 것도 한국산 수입을 늘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중국산 기계류 부품을 수입하던 L사는 미·중 분쟁과 관세 문제로 새 공급 업체를 찾다가 무관세인 한국산 제품 거래를 결정했다.

미국의 전체 상품무역 중 한국 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국의 전체 상품무역 중 한국 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미 동맹 강화에도 도움”

한국 수출입 기업 97.3%도 한·미 FTA가 기업이나 산업에 미친 영향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미 수출입 기업 1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미 FTA의 가장 큰 성과는 ‘관세 철폐와 인하로 양국 소비자들의 이익이 확대된 것(57.3%)’이 꼽혔다.

한·미 FTA가 기업과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이유로는 ‘관세 인하 등으로 가격 경쟁력에 도움이 됐다’(58.9%)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특히 ‘시장 개방으로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됐다’는 응답이 94%였다(‘미국에 더 큰 이익’ 응답 2.7%, ‘한국에 더 큰 이익’ 답변 1.3%).

한미 FTA 성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미 FTA 성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역 경제안보 동맹에 연계할 필요”

남은 숙제도 있다. 향후 한·미 통상관계에 대해 한국 기업들은 ‘환율 변동, 인플레이션 등 거시 경제 변수 대비’(44.2%)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조 바이든 정부 출범 후 강조되는 ‘인권·환경 등 비전통적 무역 기준 강화에 대한 대응’(27.6%)과 ‘세계무역기구(WTO) 역할 감소에 따른 역내 경제권 참여’(11.9%) 등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바이어와 수출기업들은 한국 제품에 대한 적극적 홍보, 인증·원산지 증명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최근 물류 대란과 중국산 대비 여전히 높은 가격 등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도 주문했다.

양국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우선과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양국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우선과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유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최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내세우며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연대를 강조하고 있어 한․미 FTA를 통한 양국 간 협력관계를 새로운 지역 경제안보 동맹 논의에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1일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한-미 FTA 10주년 세미나'를 열었다. 왼쪽 네번째부터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이혜민 전 주프랑스 대사, 한덕수 전 한국무역협회 회장(전 국무총리),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중앙포토]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1일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한-미 FTA 10주년 세미나'를 열었다. 왼쪽 네번째부터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이혜민 전 주프랑스 대사, 한덕수 전 한국무역협회 회장(전 국무총리),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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