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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는 동맹 확장, 中과는 상호존중 [윤석열 시대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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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0일 당선 뒤 첫 기자회견에서 "당당한 외교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기본에 깔린 핵심 키워드는 '예측 가능성'이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 '올인' 외교를 비판해온 윤 당선인은 원칙을 바로 세우고, 예측 가능한 외교를 통해 산적한 난제들을 풀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ㆍ미 동맹 양+질 '업그레이드'

윤 당선인의 한ㆍ미 동맹 공약은 두 축이다. ▲무너진 한ㆍ미 동맹을 '재건'하고 ▲군사 안보를 넘어 경제ㆍ신기술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안보를 비롯한 동맹의 핵심 가치를 '질적'으로 개선하고, 접점을 다각화해 '양적' 확장까지 노린다는 구상이다.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동맹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이런 원칙 아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상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기본이다.

한ㆍ미 간 대북 접근도 싱크로율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불법적, 불합리한 행동에는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되 남북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원칙론과 거의 일치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0일 윤 당선인과 통화에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도발이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도 위협인 만큼 한ㆍ미ㆍ일 3국의 긴밀한 조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국민의힘이 전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 국민의힘 제공.

윤석열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 국민의힘 제공.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나 민주주의ㆍ인권 등 보편적 가치 수호 전선에서도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한ㆍ미는 특정 군사적 위협에만 대처했던 과거의 형태를 넘어 포괄적 경제ㆍ안보 동맹을 통해 오늘날 제기되는 다양한 위협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지난해 5월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신기술, 공급망, 사이버 분야 등의 협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속도를 낼 전망이다. 쿼드(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간 안보 협의체)에 대해서도 공약집을 통해 "쿼드 산하의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워킹그룹에 본격 참여해 기능적 협력을 하며 추후 정식 가입을 모색할 것"이라며 문을 열어놨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책임을 묻기 위한 대(對) 러시아 대응에서도 미국과 보다 조율된 접근이 나올 수 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 과정에서 미국이 동맹과 함께 국제 협력을 주도하는 데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도 "한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상호 존중' 한ㆍ중 관계로

윤 당선인이 목표로 삼는 한ㆍ중 관계의 기본 원칙은 '상호 존중'이다. 그는 후보 시절 한ㆍ중 경제적 협력과 안보 상 이해관계 차이를 분리해 다룬다는 구상을 밝혔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과 별개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역할에 과도한 기대를 건 나머지 저자세 외교를 펼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윤 당선인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추가 배치도 공약했다. 윤 당선인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밝힌 '3불(不) 입장'(사드 추가배치ㆍ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편입ㆍ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는다)에 대해서도 "약속도 아닌 전임 정부의 입장에 불과하다"며 노선 수정을 예고했다. 한국의 안보 주권과 관련한 결정에 중국이 간섭할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윤 당선인은 사드를 또 주한미군이 들여오는 게 아니라 한국 예산으로 구매해 한국이 운용하는 방식을 택해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미·중 간 전략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윤 당선인은 외교의 중심축을 한·미 동맹에 두겠다는 의지도 뚜렷하다.

이와 관련, 쿼드, 파이브아이즈(미국ㆍ영국ㆍ캐나다ㆍ호주ㆍ뉴질랜드의 정보 동맹), 오커스(미국ㆍ영국ㆍ호주 안보 동맹) 등 미국이 주도하는 소규모 다자 안보 협의체 참여 여부도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7일 전국인민대표회의 계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소그룹을 만들어 중국을 압박해 세계 평화ㆍ안정에 충격을 준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뉴스1.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뉴스1.

한ㆍ일 관계선 ‘죽창가’ 극복

윤 당선인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미래지향적인 한ㆍ일 관계"를 약속했다. 과거사 갈등 해결 노력과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한 생산적인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지난해 6월 대선 출마 기자회견부터 "(현 정부가) 이념 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가 (한ㆍ일 관계가) 여기까지 왔다"고 지적하는 등 반일 감정을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경계했다.

핵심 공약은 ▲일본은 식민 지배를 사죄하고, 한국은 일본의 전후 평화 노력을 평가한 1998년 김대중ㆍ오부치 선언을 계승하며 ▲ 지난 2011년 이후 중단된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이다.

다만 이미 수면 위 갈등 현안이 많다. 위안부ㆍ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2023년 4월 무렵 예상), 일본의 사도 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도(2023년 6월쯤 결정) 등이다. 결국 윤 당선인의 미래지향적 관계 구상도 일본의 호응이 상당 부분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일본대사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뉴스1.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일본대사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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