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크라 “러시아군 총격, 취재하던 전직 NYT 기자 1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 11일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가 러시아군 탱크 공격을 받아 화염에 휩싸여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1일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가 러시아군 탱크 공격을 받아 화염에 휩싸여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와 맞닿아 있는 도시에서 격렬한 시가전을 벌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침공 3주차를 맞아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사방으로 둘러싸며 포위하는 모양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키이우를 점령하려면 도시에 있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을 없애야 할 것”이라며 결사 항전 의지를 밝혔다.

이날 NYT에 따르면 키이우와 북서쪽 경계를 맞대고 있는 이르핀에서 양국 군은 수일째 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르핀은 키이우 도심에서 약 25㎞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NYT는 “양국 군의 시가전으로 2주 전까지만 해도 수풀이 우거졌던 교외가 전쟁터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르핀에선 13일 전직 NYT 영상취재기자 브렌트 르노(51)가 러시아군의 총격에 사망했다고 현지 경찰 당국이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총격 당시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으며, 동료 기자 1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영국 국방부도 이날 “앞으로 며칠 안에 키이우에 대한 총공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모든 거리와 집이 요새화됐고 다른 직업을 가질 생각도 못 했던 사람들이 이제 군복을 입고 기관총을 들고 있다”고 전했다.

연일 우크라이나 공습 가하는 러시아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연일 우크라이나 공습 가하는 러시아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항구 도시인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으로 함락 위기에 놓였다.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마리우폴 동부 교외 지역 점령에 성공했다. 러시아군의 포격 및 폭격도 점차 거세져 이날 NYT는 개전 이후 최소 67개의 우크라이나 도시와 마을이 공격을 받았으며 마리우폴의 경우 최소 6일 동안 공습을 받았다고 전했다. 바딤 보이첸코 시장은 지난 11일 “러시아군이 30분마다 공습을 감행해 마리우폴이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13일 오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 인근 야보리우에 30발 이상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1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야보리우는 우크라이나 군사 훈련 시설인 국제평화안보센터(IPSC)가 있는 곳으로, 폴란드 국경과 불과 25㎞ 정도 떨어져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현지 관리들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개전 이후 가장 서쪽에서 발생한 공격 사례라고 전했다.

한편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해외원조법을 통해 할당된 최대 2억 달러(약 2400억원)를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데 배정하라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1월부터 미국이 제공한 원조는 모두 12억 달러(약 1조4800억원)에 이른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대러 추가 제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러시아와 충돌하면 제3차 세계대전이 될 것이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국영 채널1 TV에 출연해 “러시아는 미국의 주도로 여러 국가의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건네지는 것이 단지 위험한 움직임일 뿐만 아니라 수송 행렬이 합법적인 공격 목표가 되게 하는 행위라는 점을 경고해 왔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