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쓰윽'…확진자·일반 유권자 동선 겹친 위험한 투표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오후 제주시 연동 사전투표소인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앞 도로변에서 사전투표를 하려는 코로나19 확진·격리자들이 100m 넘게 줄을 서며 대기하던 중 선관위 측의 제재에 항의하고 있다.[뉴스1]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지만 일부 투표소의 경우 확진자와 일반 유권자의 동선이 겹치면서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5일 중앙일보 제보와 연합뉴스와 뉴스1 등에 따르면 투표 마감 시간을 앞두고 투표에 참여하려는 일반 유권자와 확진·격리자들로 북적댔다.

충남 천안 신방동사전투표소가 설치된 신방동행정복지센터는 오후 5시를 앞두고 확진자와 격리자들이 몰리면서 또다른 줄이 만들어졌다.

일반 유권자와 확진자의 출입구가 분리돼 감염 위험이 낮아보였지만 실내로 들어가기전 출입구에서 일반 유권자와 동선이 겹쳤다. 일반 유권자의 기표소는 2층, 확진자와 격리자 등의 기표소는 1층. 이런 식으로 기표소 층을 달리했지만 실내로 들어가는 입구는 같았던 거다.

투표를 마친 확진자가 일반 유권자 출입문으로 퇴장하면서 어깨를 부딪치기도 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한 유권자는 “확진자 기표소에서 기침 소리가 날 때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몸이 움츠러들었다”며 불안해 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를 위한 사전 투표가 진행됐지만, 준비 부족과 절차 미흡으로 전국 투표소 곳곳에서는 유권자들의 불만 섞인 항의가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확진자들의 대기선이 길어지면서 오후 5시 40분께 확진자 기표소를 복지센터 내부 사무실로 옮겼지만 대기하는 동안 확진자와 일반 유권자가 한 공간에 머무르기도 했다. 특히 오후 6시에는 주출입구마저 닫혀 감염 위험은 더욱 커보였다.

다른 지역에서도 “확진 유권자와 일반 유권자를 같이 줄을 세웠다” 등의 제보가 잇따랐다.

“아픈 사람들인데” 장시간 대기에 확진 유권자들

코로나19 확진 유권자 임시기표소에선 투표하러 온 시민들의 항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날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 마련된 코로나19 확진 유권자 임시 기표소에 확진자인 엄마와 함께 온 A씨는 “오후 5시부터 투표할 수 있다고 해서 10분 일찍 왔는데, 이 추운 날씨에 엄마가 밖에서 50분째 기다리고 있다”며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것 같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투표자들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 “아픈 사람들을 이렇게 오래 세워 도도 되는 거냐” 등 항의도 나왔다.

일반 사전투표소와는 다른 투표 절차에 거세게 항의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한 유권자는 “우리 투표용지가 제대로 투표함에 넣어지는 거 맞냐”면서 “4층에 올라가 직접 투표함에 넣고 싶다”며 투표사무원에게 격앙된 목소리로 항의하기도 했다.

종로구 종로장애인복지관의 경우 1층 입구에는 확진 유권자를 위한 임시 기표소가, 복지관 4층에는 일반 유권자를 위한 청운효자동사전투표소가 설치됐다. 동선을 완전히 분리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투표함이 1층에는 없어 확진 유권자들은 기표를 마친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했다. 이 같은 조치에 일부 유권자들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해 투표가 30분가량 미뤄졌다.

서초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도 일부 확진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친 투표용지가 투표함에 밀봉되는 게 아니고 왜 밖에 비치돼있냐”고 항의했다.

확진 유권자들의 대기 줄이 상가 앞에 늘어서자 일부 상가 주인들이 “장사를 망치려고 하느냐”며 고성을 지르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