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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희한한 여론조사" 尹측 이례적으로 발끈한 방식 뭐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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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여론조사는 민심의 흐름을 짚어주는 ‘참고서’로 불린다. 특히 대선 등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시선이 각종 후보 지지율 조사에 쏠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각 정당이 여론조사에 적극 응답해달라고 호소하는 것도 지지율 경쟁에서 승리해야 실제 투표에서 승기를 굳힌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런데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여론조사 업체와 제1야당이 충돌했다. 발단은 지난달 28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의 25~26일 여론조사였다. KSOI는 원래 ARS 방식으로 조사했는데, 해당 조사에서는 전화면접 방식을 추가해 ARS와 전화면접 결과를 따로 발표했다. ARS 조사 결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45.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3.2%였고,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이 후보 43.8%, 윤 후보 36.1%로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대선후보 지지율-전화면접.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대선후보 지지율-전화면접.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대선후보 지지율-ARS.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대선후보 지지율-ARS.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국민의힘에서는 이례적으로 권영세 선대본부장이 나서서 “참으로 황당한 행태이자 희한한 여론조사”라고 공개 비판했다. 권 본부장은 “그동안 쭉 해오던 ARS 조사에서 윤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면접조사를 해 이 후보가 앞섰다고 발표했다”며 “추세가 중요한 여론조사에서 갑자기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 위반이 있다고 볼 순 없지만, 명백히 목적이 정당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SOI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결과 발표 당시 밝혔듯 이 조사는 공표 금지기간 중 마지막 조사였기 때문에 여론 지형을 다각적으로 조사하고, 조사 방법에 따라서 결과가 다르다는 점을 알려 여론조사에 대한 유권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였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다각적 조사를 위해서 방식을 바꾸는 것은 조사 기관의 자유이고, 특정 정당이 감 놔라 배 놔라 지시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지지층(왼쪽)과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제작한 여론조사 응답 독려 웹포스터.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민주당 후보 지지층(왼쪽)과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제작한 여론조사 응답 독려 웹포스터. 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층들이 SNS에 올린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 투표독려 웹포스터. 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층들이 SNS에 올린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 투표독려 웹포스터.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 측은 조사방식 말고도 응답자 성향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후보가 오차범위 밖인 7.7%포인트 차이로 앞선 전화면접 조사에서 응답자 1005명 중 50% 이상인 526명(성·연령·지역별 가중치 적용 시 보정 값 532명)이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뽑았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이 41.1%였고, 전체 유권자(기권자 포함) 대비 득표율이 31.6%인 것을 고려하면, 응답자 중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실제보다 과대표집돼 윤 후보에게 불리하고 이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KSOI 측은 “2017년 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뽑았냐는 질문은 설문 마지막 단계에서 이뤄졌다”며 “이전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뽑았다는 이유로 응답자를 배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KSOI 측은 또 “현재 응답자의 정치적 성향 등은 5년 전 대선 투표 당시와는 상당수 달라졌을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과 KSOI 측의 갈등은 법적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이 조사보다 일주일 앞서 이뤄진 18~19일 KSOI·TBS의 ARS 조사를 두고서다. 해당 다자대결 조사에서 이 후보 43.7%, 윤 후보 42.2%로 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인 1.5%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국민의힘 선대본 측은 “첫 번째 질문을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로 시작해 야권 지지자들의 설문 참여를 배제하고, 호남 지역의 응답 비율을 높이고 경상 지역 응답 비율을 낮추는 등 조작 정황이 드러났다”는 논평을 냈다.

이에 대해 KSOI 측은 “국정수행 평가는 첫 조사 때부터 설문 맨 앞에 배치했고, 부정평가가 높은 수준을 기록할 때도 동일했다”며 “지역별 조사 완료자 수와 표본 할당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가중값을 적용하기 때문에 응답자 수 차이에 따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극히 정상적인 조사임에도 억측으로 본 기관의 신뢰성을 훼손했다”며 해당 논평을 낸 선대본 상근 부대변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국민의힘 측도 맞대응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여론조사 업체에 대한 법적 조치는 자제했지만, 향후 해당 업체의 일련의 여론조사 내용을 검토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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