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도청 공무원을 통해 약을 대리 처방 받았다는 의혹이 28일 제기됐다. 비서실 직원이 상급자 지시에 따라 의사의 대면 진료 없이 이 후보가 상시 복용하는 약을 대신 타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이미 수사 등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처방전 필요때마다 출력해 사용"
전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 A씨 측은 이날 중앙일보에 지난해 5월 당시 경기도청 총무과 직원 배모(여)씨와 나눈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A씨는 지난 1월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사적 심부름 의혹 등을 제기한 인물과 동일인이다.
▶배씨=“오늘 (이 지사님 약) 받아?”
▶A씨=“받을 예정이요. 처방전 떼서 처방전 끝나서.”
▶배씨=“한 달 치건 두 달 치건 알아서 정리해. 모자라면 두 달 치 해놓든지. 처방전이 두 달 치가 돼?”
▶A씨=“의사한테 가서 ‘처방전 똑같이 해서 이대로 처방전 하나 써주십시오’ 하면 날짜 맞춰서 30일이고 60일이고 준대요.”
A씨 측은 이 같은 대화가 “A씨가 이 지사의 약을 (대신) 탈 때 의사의 직접적인 진료행위가 없었다는 정황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대리처방이 가능했던 이유는 “총무과 직원들이 유효기간이 끝난 과거 이 후보의 처방전을 파일형태로 컴퓨터에 따로 저장해놨다 필요할 때마다 출력해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처방전 받아두었다” 보고한 A씨
A씨는 당시 텔레그램을 통해 배씨에게 관련 보고를 할 때도 “지사님 병원 가시기 전에 약이 부족할 듯 해 ○○비서에게 처방전은 받아두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무실에서 한달치 처방전 받아서 ○○○ 비서에게 카드 받아서 구입할 예정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대화에서 언급된 비서들은 모두 도청 총무과 소속이라고 한다. A씨는 약을 받은 다음엔 배씨에게 이 후보의 이름이 찍힌 약 봉투 등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A씨 측은 “대리 처방 받은 약을 관사나 차량에 채워 넣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이 후보의 약을 전달할 때 업무와 무관한 심부름을 한 정황도 두 사람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에 나온다. “트렁크에 OO약 아침 저녁 1개씩 런닝 속옷 양말 1개씩 채웠습니다”라는 A씨에게 배씨는 “빨래는”이라고 물었다. A씨는 “빨래는 화장실 빨래통에 넣어두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이 후보의 약 대리 처방 의혹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수사와 감사 사항이어서 구체적 답변을 드리긴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