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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노동미사일 고각 발사했나…"섞어쏘면 재래식 효용 극대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끝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시선이 유럽으로 쏠린 가운데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재개했다. 대선을 불과 열흘 앞두고 올해 들어 8번째 미사일 도발을 강행한 것이다.

27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7시 52분쯤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미사일은 약 620㎞ 고도로 약 300㎞를 비행한 것으로 탐지됐다.

이에 앞서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쏜 미사일의 “최고 고도는 약 600㎞, 비행거리는 약 300㎞”라며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북측 동해상)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이 27일 오전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정상 고도로 발사하면 약 1300km를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노동 미사일 개량형의 사거리와 비슷하다. 사진은 지난 2016년 9월 5일 북한이 황해도 황주에서 노동 미사일 3발을 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27일 오전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정상 고도로 발사하면 약 1300km를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노동 미사일 개량형의 사거리와 비슷하다. 사진은 지난 2016년 9월 5일 북한이 황해도 황주에서 노동 미사일 3발을 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존 재래식 미사일을 고각 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고각 발사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발사했다면 대략 1300㎞ 정도 비행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정도 사거리를 가진 노동 미사일 개량형이나 지상용 북극성-2형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미사일의 비행 특성은 거의 같지만, 액체 연료를 쓰는 노동과 달리 북극성-2형은 고체 연료를 쓴다"며 "북한이 발사 장면을 공개하면 금방 식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합참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특정해서 탄종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며 "한·미 군 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만 답했다.

북한이 300발 이상 보유한 노동 미사일은 한반도 전역은 물론 주일미군 기지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와 혼슈 등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북한이 노동 미사일을 다시 꺼내든 것은 “재래식 미사일의 군사적 효용성 극대화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 전 교수는 “북한이 최근 선보인 극초음속 미사일, 신형 전술유도무기(KN-23, 24)는 저고도로 수평 비행을 하는 반면, 노동 등 재래식 미사일은 고고도에서 수직으로 내리꽂는 형태”라며 “섞어 쏘기를 할 경우 수직ㆍ수평으로 다차원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첨단 미사일 방어체계일지라도 막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의탄도미사일사거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북한의탄도미사일사거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북한의 핵공격 위협도 더 커질 수 있다. 권 전 교수는 “노동 미사일은 탄두가 커서 핵탄두 장착에 최적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고각으로 시험 발사하지 않던 재래식 미사일을 고각으로 쏜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며 “고각으로 발사하면 하강할 때 가속도가 붙는 데다가 종말 단계에서 RCS(레이더 반사 면적)가 줄어들어 레이더에 점처럼 보이기 때문에 탐지ㆍ추적하기가 까다롭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외무성은 전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의 강권과 전횡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내정 간섭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정의로운 것으로 미화하고 다른 나라들의 자위적 조치들은 부정의나 도발로 몰아대는 것이 미국식 오만성과 이중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을 포함해 잇단 미사일 발사에 대해 그간 북한이 꾸준히 주장해온 대로 미국의 안보 위협에 따른 ‘자위 차원’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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