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성윤 수사팀 "공수처, 기자 7차례 통신영장은 수사권 남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수사 과정에 압수수색을 받았던 수원지검 수사팀 검사들이 법원에 "수사팀에 대한 보복·표적수사"라는 의견서를 냈다. 공수처가 현직 기자 4명에 대해 통신영장(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허가)을 7차례 청구한 데 대해서도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자 수사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24일 서울중앙지법 준항고 재판부에 제출한 77쪽 분량의 의견서를 통해 "공수처의 (지난해 11월 26일 및 29일자) 압수수색은 공수처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한 수원지검 이성윤 수사팀에 대한 보복·표적수사로 수사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위법성이 중대하고 명백하므로 본 압수수색은 취소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수사한 수원지검 수사팀 전·현직 검사 7명은 지난달 5일 공수처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준항고를 냈다.

이성윤 서울고등검찰청장. 뉴시스

이성윤 서울고등검찰청장. 뉴시스

사건의 발단은 수원지검 수사팀이 2019년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불법출금 수사를 막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불구속 기소한 지난해 5월 1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튿날 이 고검장 공소장 내용을 중앙일보 등 언론이 보도하자, 공수처는 이를 검찰청 소속 성명불상 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범행으로 보고 정식 입건('공제-4호')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26일과 29일엔 대검 정보통신과 서버를 압수수색해 수원지검 수사팀 전·현직 검사 7명의 e메일·내부메신저·전자결재 등 기록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기소 2개월 전 이미 파견이 해제돼 원 소속청으로 복귀한 검사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이 이뤄져 논란이 됐고, 수사팀은 지난해 12월 '위법한 압수수색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준항고를 냈다.

수사팀은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애당초 "상상력과 추측에 의한 수사"라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의견서에 "대검 감찰부는 유출된 공소사실을 보고는 도저히 킥스(KICS·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접속조차 하지 않은 수원지검 수사팀의 행위라고는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수사팀에 대해 전화 조사나 컴퓨터 조사 등을 하지 않았고 킥스상 공소사실 열람자들만을 대상으로 감찰을 진행했다"며 "이와 달리 공수처는 공소사실 유출 사건으로부터 2달이 지나 (공소장이) 수원지검 수사팀으로부터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완전히 엉뚱한 가능성을 제기하는 수사보고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고, 그로부터 무려 4개월이 더 지나 수원지검 수사팀을 압수수색했다"고 썼다.

김진욱 공수처장. 연합뉴스

김진욱 공수처장. 연합뉴스

최근엔 공수처가 지난해 한 종편 소속 A 기자에 대해 4차례 통신영장을 청구한 데 더해, 같은 회사 소속 B 기자와 중앙일보 소속 기자 2명에 대해서도 각각 1차례씩 통신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종편 기자들은 지난해 4월 김진욱 공수처장의 이성윤 서울고검장 관용차 에스코트 황제 조사 의혹을, 중앙일보 기자들은 지난해 5월 이성윤 고검장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무마 혐의 공소장 내용을 각각 보도한 사실을 이유로 영장 청구 대상자가 됐다.

수사팀은 이에 대한 의견도 적시했다. 수사팀은 "공수처는 이성윤 검사장과 관련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공소사실이나 민간CCTV에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한 4명의 기자들에 대하여 7차례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며 "범죄사실 자체로 죄가 되지 않는 것을 가지고 해당 기자들에 대한 수사를 하는 목적은 '수원지검 수사팀'에 대한 보복이라고 판단된다"고 적었다.

대법원이 전주혜 의원실에 제출한 공수처 통신영장 청구 및 발부 관련 사항. 전주혜 의원실

대법원이 전주혜 의원실에 제출한 공수처 통신영장 청구 및 발부 관련 사항. 전주혜 의원실

또한 "공수처의 기자들에 대한 통신영장은 자신들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한 기자들에 대한 수사로 해당 비판보도의 취재원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헌법 제21조)의 침해"라며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한 기자에 대해 보복을 목적으로 하는 수사권한 행사로 수사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수사팀은 이날 법원에 별도의 '구석명 신청서'를 제출해 지난해 이뤄진 두 차례 압수수색 당시 여기에 참여한 경찰공무원의 소속과 직급, 이름과 각각 역할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공수처 파견 경찰은 관련법상 공수처에 행정지원을 위해 행정기관인 경찰청에서 파견된 것이란 점에서 수사활동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수사팀은 구석명 신청서에서 "압수수색 현장에서 파악한 바로는 ○○○ 경정, □□□ 경사가 있었던 것은 명백하고, 그 외에 서로 '김 형사' 내지 '이 경위' 등으로 호칭했던 점이 비추어 다수의 파견경찰관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파견경찰관 몇 명이 어떤 역할로 압수수색에 참여했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