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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 개미 열풍에, 대외금융자산 2576조원 역대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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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가 늘면서 지난해 해외 금융자산이 2조 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1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대외금융자산은 2조1610억 달러(약 2576조원)로, 1년 전보다 1982억 달러 증가했다. 1994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대다. 대외금융자산은 한국인이 투자한 해외 주식·채권 등 해외 금융자산을 뜻한다.

특히 주식·펀드·채권 등 증권투자가 1270억 달러 증가한 영향이 컸다. 또 거주자의 해외기업 직접투자(지분투자 등)는 506억 달러 늘었다. 유복근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국내 거주자의 해외 주식 투자가 늘어난 데다, 미국 등 주요국 주가가 오른 것이 대외금융자산이 늘어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의 해외 금융자산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국인의 해외 금융자산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을 역대 최대 규모인 218만6171억 달러(약 25조8000억원) 정도 순매수했다.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28억6800만 달러)를 가장 많이 사들였고, 애플(7억7166만 달러), 상장지수펀드(ETF)인 TQQQ(PROSHARES ULTRA PRO QQQ, 7억5702만 달러), 알파벳(7억482만 달러), 엔비디아(6억7152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투자 여건도 괜찮았다. 지난해 미국 나스닥 지수가 21.4% 오른 것을 비롯해 다우존스는 18.7%,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는 21% 상승했다.

대외금융자산에 이어 지난해 대외금융부채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1년 전보다 264억 달러 늘어난 1조5231억 달러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늘면서 증권투자가 162억 달러 증가했고, 차입과 무역신용, 예금 등을 포함한 기타투자도 212억 달러 늘었다.

외국인의 한국 투자가 늘었지만, 한국인의 해외 투자가 더 많이 증가하면서 ‘나라 밖 비상금’이라 불리는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6379억 달러로 전년보다 1718억 달러 늘었다. 한국이 해외에 줘야 할 돈(부채)보다 받을 돈(자산)이 훨씬 많다는 의미다. 연간 증가 폭은 2018년(1745억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크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4494억 달러로 1년 전보다 334억 달러 줄었다. 한국이 해외에 갚아야 할 돈(대외채무, 836억 달러 증가)이 한국이 외국에서 받아야 할 돈(대외채권, 502억 달러 증가)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외채권은 1조779억 달러, 대외채무는 6285억 달러로 모두 역대 최대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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