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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화장품까지 타격" 러·우크라 전운에 기업들 ‘긴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 진입을 명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산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태가 확산하거나 장기화하면 원자재 수급난, 에너지 가격과 환율 변동, 수출 제한 등으로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이날 금융투자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으로 반도체, 정유·화학, 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특수가스 원료인 네온·아르곤·제논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의존도가 50%”라며 “당장 메모리 반도체가 생산 차질을 겪을 수 있으며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라 정보기술(IT) 산업이 타격을 받고, 부품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주요 원료 수급난 전망

반도체 기업들은 당장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를 겪으면서 원료 공급망을 다변화했다”고 말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16일 열린 ‘반도체 투자 활성화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물량을) 많이 확보해 놨다”며 “잘 준비하고 있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교역규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무역협회, KOTRA]

한국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교역규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무역협회, KOTRA]

산업계는 특히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을 우려하고 있다. 유가 급등 시 항공·철강·화학·조선·자동차 등 거의 전 업종에서 원가 부담이 커진다. 갈등이 길어지면 수요가 감소해 정유업계에도 부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는 서방 선진국들의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면 환차손을 볼 수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러시아는 한국의 10위 교역 대상국이다. 무역협회는 러·우 사태 악화 시 한국 수출입 기업이 다수 포진한 화장품(444개), 플라스틱(239개), 자동차부품(201개) 등의 업종이 직접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교역 대상국 68위로 교역 규모가 크지 않지만 네온·크립톤 등 희귀가스의 수입 의존도가 23~30% 수준이라 원자재 수급 차질 혹은 수입 단가 상승으로 한국 제조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미국 제재에 따른 수출 타격 우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코스피가 장 초반 1% 넘게 하락한 22일 오전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서 한 딜러의 모니터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 기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코스피가 장 초반 1% 넘게 하락한 22일 오전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서 한 딜러의 모니터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 기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삼성전자·LG전자 등 13개 국내 기업은 현지 주재원을 귀국시킨 상태다. 삼성과 LG는 최소한의 현지 직원으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두 회사의 러시아 모스크바 TV·가전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다.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 측은 “현재까지 직접적 영향은 없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무역 제재가 발동하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지난 15일부터 매일 부사장이 주재하는 우크라이나 비상대책회의를 가동하고 있다. 16일엔 러·우 수출입 기업을 위한 전용 메뉴와 전화 창구를 신설했다. 무역협회는 전쟁이 발발하면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대응지원반을 운영하고, 관련 동향과 대(對) 러시아 제재 등을 설명하는 업계 간담회를 추진할 방침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 제재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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