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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수사무마' 박은정 5개 고발 건…대선 앞 수사 올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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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후원금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은정(50·사법연수원 29기) 성남지청장에 대한 고발 사건이 수사 개시도 하지 못한채 묶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제출된 박 지청장 고발장은 모두 5건이다. 법조계에선 다음달 9일로 예정된 20대 대통령 선거 이후에나 수사가 시작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박은정 성남지청장. 김경록 기자

박은정 성남지청장. 김경록 기자

중앙지검, 박은정 고발사건 수원지검 이송 검토

2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는 지난달 28일 배당받은 박 지청장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고발 사건을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이송할지 검토하고 있다. 중앙지검 내부에선 이 사건을 놓고 '직접 수사' 와 '수원지검 이송'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으나, 결국엔 관할인 수원지검으로 사건을 넘기자는 쪽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중앙지검이 붙잡고 있는 이 사건은 지난달 27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고발한 사건이다. 박 지청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성남FC 구단주를 맡았던 2015~2017년, 기업 6곳에게 성남FC 후원금 및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여 원을 받고 그 대가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성남FC 후원금 사건'에 대한 성남지청 내 수사를 무마하려 했단 의혹을 받는다. 박 지청장의 수사 무마 시도에 반발한 걸로 알려진 박하영(48·31기) 전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지난달 25일 사표를 제출하면서 수사 무마 의혹이 표면화했다.

박은정 고발사건이 수사무마 의혹 진상조사 걸림돌 

박 지청장의 수사 무마 의혹 고발장은 수원지검에도 있다.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도태우 예비후보가 지난달 수원지검에 박 지청장에 대한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중앙지검이 수원지검에 사건을 이송하는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수원지검 역시 아직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지 않았다. 도 예비후보는 전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고발장 제출 이후 사건이 어느 부서에 배당됐는지, 담당 검사가 누군지 알려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당연히 고발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성식 수원지방검찰청장. 연합뉴스

신성식 수원지방검찰청장. 연합뉴스

수원지검 고발 사건은 오히려 수사무마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박하영 전 차장검사 사표 파문 직후 김오수(59·20기) 검찰총장이 신성식(57·27기) 수원지검장에 경위파악을 지시했는데, 신 지검장이 김 총장에게 "박 지청장이 수사 무마 의혹 고발 사건을 먼저 마무리 짓고 이를 토대로 경위 보고를 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이다. 수원지검의 수사 착수가 지연되는 만큼 경위파악 및 총장 보고 역시 덩달아 뒤로 넘어가는 구조가 됐다.

고발장 3건 접수한 공수처도 여태 '검토 중' 

공수처에도 관련 고발 사건 3개가 제출됐다.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과 성남FC 후원금 사건 고발인인 장영하 변호사,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등이 이달 각각 박 지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김진욱 공수처장. 연합뉴스

김진욱 공수처장. 연합뉴스

공수처 역시 이 사건의 수사를 개시하지 못한 상태다. 공수처는 이달 초 순차적으로 접수된 고발장을 사건조사분석실로 보내 지금까지 검토하고 있다. 사건조사분석실은 고발된 사건의 입건 여부, 직접 수사 및 이첩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되는데 수사는 그 다음부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건을 고발한 지 상당 기간이 지났는데 (수사기관이) 여태 사건을 수사하거나 이첩할지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대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대선이 목전이어서, 대선 전에는 안 움직이겠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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