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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NSC 회의 소집…푸틴, 블러핑 가능성? 美 장관이 한 대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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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요일인 20일(현지시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회의를 소집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요일에 NSC 회의를 소집한 것은 이례적이다.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과 관련한 최근 전개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NSC 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는 한 문장으로 구성됐으며, 구체적인 논의 내용이나 결과는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NSC 당국자를 인용해 회의가 2시간 동안 진행됐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회의를 소집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회의를 소집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회의에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다. 에이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DNI)의 명패도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참석 후 귀국길에 오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전용기인 '에어포스 투'에서 전화로 연결했다.

바이든의 외교안보팀 외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경제 제재를 가할 경우 관련 부처인 경제 부처 장관들도 참석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먼도 상무장관,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도 자리에 있었다.

美 국무장관 "러, 침략 결정 진전 중"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평가를 반복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TV 일요 시사프로그램 3개에 연달아 출연해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경고했다.

블링컨은 CBS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며칠 전 말했듯이 모든 면에서 푸틴 대통령이 침략을 위해 내린 결정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종료할 예정이던 러시아군과 벨라루스 간 합동 군사훈련이 연장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블링컨은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에 출연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 15만 명 이상을 집결시켰고, '위장 깃발' 작전을 벌이는 등 미국 예상대로 침공을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푸틴이 블러핑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라고 묻자 블링컨은 "그럴 가능성은 항상 있지만, 우리가 본 모든 징후와 그가 한 모든 행동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우리가 전 세계에 제시한 대로 '대본'을 거의 정확하게 따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유엔 안보리에 참석해 러시아가 거짓 정보를 흘리고 마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를 공격한 것처럼 위장 전술을 펼치는 등 우크라이나 침공의 빌미를 만드는 시도를 한 뒤 공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러시아 대사 "침공은 없다. 계획도 없다" 

하지만 러시아는 침공 의사가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같은 날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침공은 없다. 계획도 없다"면서 미국의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러시아 땅에 러시아군을 배치한 데 대해 다른 나라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며, 러시아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부터 자국의 안전을 보장받길 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미국 정부는 크렘린이 러시아군 지휘관들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속 진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정보를 새로 공개했다.

이 기밀 정보를 토대로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이 담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확신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 델라웨어행 취소 백악관 머물기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15분간 통화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바이든과 통화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차례로 통화해 프랑스가 중재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

푸틴 대통령과는 90분간 통화했다고 WP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도 통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막후 외교가 숨 가쁘게 돌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공휴일인 프레지던츠 데이(21일)를 델라웨어주 자택에서 보내기 위해 이날 오후 백악관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일정을 바꿔 워싱턴에 남기로 했다.

백악관은 "가족 관련 일로 델라웨어 자택에 가려 했으나,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정 변경의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러시아, 연합훈련 연장…미·러 회담서 협상력 높이기? 

이날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긴장 고조를 이유로 합동 군사훈련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양국은 훈련 종료 예정일인 20일 이후 단 한 명의 러시아군이나 장비도 벨라루스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결국 러시아군이 약속한 시간에 철수하지 않게 됐다.

블링컨 장관은 오는 2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러시아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회담 때까지 병력 철수를 미루기 위한 장치일 가능성이 있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전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으면 회담은 진행될 것"이라며 "러시아가 만든 이 사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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