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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푸틴 전화담판 실패…미국, 자국민 48시간 내 대피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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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경찰·국민방위군이 국토를 동서로 나누는 드네프르강 하구의 요충지인 헤르손에서 훈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경찰·국민방위군이 국토를 동서로 나누는 드네프르강 하구의 요충지인 헤르손에서 훈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1시간 넘게 통화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국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국민에게 출국을 권고한 데 이어 이날 외교관은 물론 우크라이나군 훈련 지원을 위해 파견했던 미군 160명도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이 공포를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외교적 해법에 이르지 못했으며, 러시아에 “미국은 동맹 및 파트너들과 단호하게 대응하고 러시아에 신속하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강도 높은 경고를 보냈다고 밝혔다. 미국은 외교에 임할 준비가 돼 있지만 ‘다른 시나리오’도 똑같이 준비돼 있음을 푸틴 대통령에게 분명히 알렸다고도 전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화 브리핑에서 “정상 통화에서 미국이 긴장 완화를 위한 제안을 했다”며 “우리와 동맹이 추구하는 이익에 부합하고, 유럽 안보를 증진하며, 러시아가 언급한 우려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고 말했다.

전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가 군사작전을 펼칠 충분한 병력을 집결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머무르는 미국인에게 24~48시간 안에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이 자국민 대피 시한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건 처음이다.

미국·러시아 정상 통화가 성과 없이 끝난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러시아 정상 통화가 성과 없이 끝난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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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번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침공을 최종 결심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폭격과 미사일로 공격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적과 상관없이 민간인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아무런 통보 없이 통신이 두절되고 상업적 운송 수단이 끊길 수 있다”며 “지금은 위험이 매우 크고, 위협이 즉각적이어서 떠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프가니스탄 철수 때처럼 민간인을 구출하려고 “대통령이 우리 남녀 군인을 전쟁터로 보내 목숨을 걸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폐막(20일) 전에 침공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일을 오는 16일로 상정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은 양 정상의 통화 직후 “미국이 소위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을 히스테리적으로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제3국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키예프 주재 자국 외교관들을 철수시킨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도 13일 0시(한국시간)를 기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여행경보 4단계인 ‘여행금지’를 발령했다. 현지의 한국 국민은 즉시 철수해야 하며, 신규 입국도 금지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13일 현재 현지 한국인은 주재원·선교사·유학생 등 306명으로 수도인 키예프에 211명이 머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BBC 등은 미국이 지난 11일 자국민의 우크라이나 철수를 권고한 이래 영국·네덜란드·노르웨이·뉴질랜드·덴마크·라트비아·불가리아·벨기에·스웨덴·스페인·이스라엘·이탈리아·일본·호주 등 10여 개국이 현지 대사관 인력을 줄이고 자국민에게 철수를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2일 “러시아가 침공할 것이라는 확실한 정보는 없다”며 “지금까지의 정보는 공포만 조장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민의 가장 큰 적은 공황 상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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