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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베이징의 시간 종료…북·러 시계 다시 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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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0일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막을 내리며 북한의 도발과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라는 시계가 다시 돌아갈지 주목된다. 북한과 러시아가 우방국 중국을 고려해 올림픽 기간 중 군사행동을 자제해 왔으나 올림픽이 끝나며 무력시위에 다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미사일 도발을 중지한 채 잠잠했던 북한은 즉각 도발을 재개하지는 않더라도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태양절(김일성 생일, 4월 15일)까지 긴장을 고조시키며 지난달 내놓았던 모라토리엄(핵·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 유예) 파기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올림픽 이후에도 북한의 ‘도발 스케줄’에 영향을 미칠 만한 행사들이 예정돼 있다. 중국은 다음 달 초 연중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연다. 베이징 겨울패럴림픽도 3월 4~13일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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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중국의 올림픽 행사에 재를 뿌리지 않기 위해 도발 휴지기에 들어갔던 만큼 도발 재개에도 이런 정치 일정을 고려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내 올림픽 성공을 기원했고, 열병식 등이 예상됐던 광명성절(김정일 생일, 2월 16일)도 내부적으로만 경축하며 도발 없이 넘어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2018년 이후 중국의 양회 일정 전후로는 미사일 발사를 자제해 왔다”며 “양회와 패럴림픽까지 얼마 남지 않은 빈틈을 노리기보다는 3월 중순 이후 군 정찰위성 발사 등으로 무력을 과시하고, 4월에는 태양절에 맞춰 급에 맞는 전략무기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한·미 연합훈련 일정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은 통상 3월에 시작되지만, 올해는 한국 대선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등의 영향으로 4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연합훈련 실시에 대한 반발을 명분으로 한 북한의 무력시위도 그 시점에 맞춰 이뤄질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외교 현안인 우크라이나 사태도 북한이 도발 재개 타이밍을 잡는 데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러시아와 강대강 대치 중인 미국을 코너로 몰려는 의도라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커지는 지금이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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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적인 국방력 강화 계획에 따른 시험발사라는 명분으로 바이든 행정부 외교력의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이다. 미국에 대항하는 북·중·러 연합전선을 더욱 선명하게 가져가며, 바이든 행정부에 더 큰 부담을 가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훈련과 장거리 전략폭격기 폭격 훈련 등을 화상 중계로 참관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기존 러시아군 10여 만 명 외에 3만 명을 증파하는 등 군사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러시아군이 며칠 안에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계획과 의도를 갖고 있다”며 “푸틴이 공격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국가안보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정부군과 친러 성향의 반군 간 교전이 사흘째 계속되면서 정부군 2명이 사망하고 늦은 밤까지 폭발음이 울리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청와대는 20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에 있는 국민과 기업의 안전 확보 대책을 재점검하고 폴란드 등 접경지역 임시사무소를 통한 대피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 이날 현재 국민 68명이 현지에 체류 중인데, 다음 주 중 41명이 추가 철수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전날 현지에 체류 중인 국민에게 조속히 대피·철수할 것을 긴급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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