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편파판정…“세계인의 마음 잃은 소탐대실 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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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 약물을 복용해 논란에 휩싸인 카밀라 발리예바가 지난 17일 경기 도중 넘어지고 있다. [뉴스1]

금지 약물을 복용해 논란에 휩싸인 카밀라 발리예바가 지난 17일 경기 도중 넘어지고 있다. [뉴스1]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절반의 성공’ 평가 속에 16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20일 베이징 냐오차오(鳥巢) 국가체육관에서 폐막했다. 폐막식에는 지난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6개국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칩거해온 시진핑(習近平·69)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만에 참석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신장(新疆)·홍콩 등에서의 인권 침해에 항의하는 서구의 ‘외교 보이콧’ 등 개막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이번 올림픽은 중국 국내적으로 정치적 목적은 달성했으나 국제적으로 중국의 대외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8년 여름올림픽 이후 14년 만에 베이징에서 열린 올림픽은 파란의 연속이었다. 한국에서는 지난 4일 개막식에서 중앙민족대학 56개 민족 대표 대학생을 포함해 176명의 인민 대표가 참가한 개최국 국기 입장식이 논란이 됐다. 당시 조선족 대표의 치마저고리 차림을 두고 국내에서 ‘한복 공정’ 여론이 제기되며 한국 내 여론이 나빠졌다. 해외에서는 최종 성화 주자가 논란이 됐다. 최종 주자로 위구르족 크로스컨트리 선수 디니거얼 이라무장(21)과 한족 노르딕 복합 선수 자오자원(趙嘉文·21) 선수가 성화대에 올랐는데 외교 보이콧에 대한 반발로 풀이됐다.

경기 시작 이후 편파 판정과 도핑 논란 등이 올림픽 정신을 빛바래게 했다. 한국에선 초반 쇼트트랙 경기에서의 편파 판정이 공정을 중시하는 국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반발을 불렀다. 해외에서는 중국 국적으로 출전한 미·중 혼혈 스키점프 선수 구아이링(谷愛凌·19·영어명 에일린 구)의 이중 국적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금메달 후보였던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선수단)의 약물 도핑 스캔들도 불거졌다. 중국 국내적으로는 엄격한 폐쇄 루프(Closed loop) 관리로 일반 대중 티켓 판매를 금지하면서 올림픽 열기는 찾기 어려웠다.

독일 ZDF 방송에서 “다시는 중국에 가지 않겠다”고 말한 루지 금메달 2관왕 나탈리 가이젠베르거. [사진 ZDF 캡처]

독일 ZDF 방송에서 “다시는 중국에 가지 않겠다”고 말한 루지 금메달 2관왕 나탈리 가이젠베르거. [사진 ZDF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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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평가는 엇갈린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19일 IOC 총회에서 “중국 국민의 지지가 없었다면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은 이처럼 탁월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라며 올림픽 성공에 기여한 공로로 중국 국민에게 올림픽컵을 전달했다고 중국 인민일보가 20일 보도했다.

반면에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이번 올림픽은 성공했지만 10점 만점에 5.5점 정도”라며 “하반기 시진핑 3연임으로 가는 전야제였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와 외교 보이콧 위기를 애국주의와 중화주의로 맞대응하면서 국내 정치적으로 대성공을 거뒀지만 전 세계 관중 대상의 공공외교를 경시한 모양새로 중국 국민만을 위한 행사였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쑹루정(宋魯鄭) 푸단대 중국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19와 외교 보이콧을 뚫고 중국의 힘과 제도의 유효함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면서도 “중국에 대한 서방의 관점을 바꾸지 못했고 위기감은 증가했으며 동서 경쟁 역시 격렬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미국의 소리(VOA)에 말했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복·쇼트트랙 논란을 보면 중국이 의도치 않았더라도 한·중 간 쌓여왔던 감정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며 “중국 젊은 세대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80억 세계인의 인심은 잃은 소탐대실의 올림픽이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루지 금메달 2관왕 나탈리 가이젠베르거(독일)는 독일 ZDF에 출연해 “IOC가 전제(專制) 중국에 올림픽 개최를 승인한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다시는 중국에 가지 않겠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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