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安측, 단일화 여론조사 놓고 "李측 농간 부릴것"vs"확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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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 국민경선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한 다음 날인 14일, 양측은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 측이 2~3일 안에 판단을 못 하면 단일화 의사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윤 후보 측의 빠른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도 “우린 마지막 제안을 했다”고 거들었다. 반면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같은 날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측이 단일화 과정에서 어떤 훼방과 무도한 공작, 농간을 부릴지 상상하기도 힘들다”며 “통 큰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맞받아쳤다. ‘통 큰 단일화’란 안 후보가 자진 사퇴 방식으로 윤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식을 뜻한다.

양측의 신경전을 두고 야권에서는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 측은 최근 공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근거로 “민주당 지지층이 윤 후보를 배제하기 위해 안 후보를 의도적으로 밀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지만, 안 후보 측은 “중도는 물론 진보층까지도 끌어들일 수 있는 게 안 후보의 확장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①단일화 시 尹·安 지지층 어디로

윤-안 단일화시 지지층 어디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윤-안 단일화시 지지층 어디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양측은 특히 야권 단일화를 가정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가상 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위장 응답이 우려된다”(국민의힘 측),“안 후보의 확장성이 입증 됐다”(국민의당 측)고 맞서고 있다. 안 후보로 단일화하면 윤 후보 지지층의 대다수가 안 후보로 이동하지만, 윤 후보로 단일화할 때는 안 후보 지지층이 이 후보, 윤 후보 등으로 고르게 분산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두고서다.

칸타코리아·서울경제가 8~9일 실시한 유·무선 전화면접 조사에서 윤 후보로 단일화 시 지지율은 윤석열 46.2%, 이재명 33.7%였고, 안 후보로 단일화 시 안철수 44.4%, 이재명 28.9%로 모두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앞섰다. 하지만 표심 이동을 보면 양 후보 지지층이 극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윤 후보로 단일화 시 안 후보 지지층은 28.6%가 이 후보, 25.4%가 윤 후보로 이동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도 16.8%가 이동했다. 반면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됐을 때는 윤 후보 지지층의 69.3%가 안 후보로 이동했고 이 후보에겐 1.4%, 심 후보에게 1.5%만 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윤 후보 지지층은 정권 교체를 위해 결집한 지지층이지만, 안 후보 지지층 중에는 언제든 이 후보 쪽으로 갈 수 있는 유동층이 많다고 봐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수월한 상대인 안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 후보가 아닌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위장 응답’한 여당 지지층도 상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 윤석열 대결에선 죽어도 윤 후보를 못 뽑겠다는 사람들도 이재명 대 안철수 대결에선 안 후보를 뽑을 수 있다는 의미”라며 “안 후보의 확장성이 더 크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②여론조사 승부놓고 尹측 “왜곡” 安측 “상식”

윤안 단일화 승부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윤안 단일화 승부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양당이 합의했던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을 그대로 도입하자는 안 후보의 제안을 놓고도 양측의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당시 여론조사 업체 두 곳이 100% 무선전화 면접조사 방식으로 각각 1600명(총 3200명)에게 적합도와 경쟁력 조사를 한 뒤 이를 합산했고, 역선택 방지조항은 넣지 않았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30%포인트 안팎인데 여론조사로 승부를 내자는 것은 억지”라며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이 ‘약체’인 안 후보에게 몰표를 던져 결과가 왜곡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선대위 관계자는 “대선 경선 등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지 않았던 게 국민의힘 방식”이라며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대선을 국민 경선으로 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단일화 대결 시 윤 후보 지지층과 안 후보 지지층의 성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KBS·한국리서치의 7~9일 무선 전화면접조사에 따르면 단일화 대결 시 윤 후보 44.2%, 안 후보 45.5%로 불과 1.3%포인트 차이였다. 하지만 응답자의 이념 성향을 살펴보면 진보 성향 응답자의 23.3%가 윤 후보, 67.5%가 안 후보를 선택했고, 보수 응답자는 71.1%가 윤 후보, 22.9%가 안 후보를 택했다. 중도 응답자는 40.2%가 윤 후보, 50.1%가 안 후보를 선택했다.

특히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자의 78.6%가 안 후보를, 10.3%가 윤 후보를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73.0%가 안 후보를 택했고, 윤 후보를 선택한 응답은 14.3%에 그쳤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안 후보의 지지율 반등 같은 극적 반전이 없다면 여론조사 단판 승부는 성사되기 쉽지 않은 시나리오”라며 “다음 주 중의 지지율 추이가 마지막 변수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安 “진정성 있다면 수용할 것” 尹 “드릴 말씀 없다” 

이날 대구를 방문한 안 후보는 단일화 제안에 대해 “저는 이미 제안했고, 윤 후보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윤 후보가 진정성이 있다면 제안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세 본부장의 ‘통 큰 단일화’ 언급에 대해선 “윤 후보가 직접 말한 게 아니라면 답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야권 통합 문제에 대해선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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