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의전을 둘러싼 의혹이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이었던 A씨가 이 후보 집으로 배달했다고 주장한 음식 구입비가 경기도의 법인카드로 결제됐다고 주장하면서다. A씨가 주장한 사용처는 경기도의 일부 부서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에서 발견됐다.
이 후보 집으로 간 닭백숙 비용이 경기도청 법카에
A씨는 도청 비서실 7급 직원으로 일하던 지난해 4~10월 김씨의 측근이자 도청 총무과 5급 직원인 배모(여)씨 지시에 따라 자신의 개인카드로 음식을 10여차례 산 뒤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있는 김씨 자택으로 배달했다고 주장했다. 본인카드로 계산한 다음 취소하고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재결제(개인카드→법인카드) 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가 공개한 자신의 카드 내역에는 소고기·베트남음식·일식(초밥)·복요리·중식·닭백숙 등 식당 7곳에서 총 11건을 결제한 사실이 나온다. 7만7900~12만원인 11건 결제 금액 총합은 111만8000원이다. 김씨 측에 전해진 음식 비용을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재결제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A씨 측이 공개한 배씨와 통화 녹취록(지난해 4월)에는 배씨가 “12만원에 맞춰 계산하라”는 취지로 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4인 모임 기준으로 법인카드 사용 한도에 맞추려 했다는 게 A씨 측의 의심이다.
경기도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보면 경기도 기획담당관실은 지난해 4월 14일 업무추진비 11만8000원을 성남시 분당의 한 정육식당에서 결제했는데, A씨는 전날 같은 금액을 이곳에서 긁었다. 비슷한 정황은 노동정책과·자치행정과·공정경제과 등 경기도청의 최소 5개 부서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노동정책과의 경우, 지난해 5월 21일 성남 분당 복요리전문점에서 ‘노사협력 업무추진을 위한 관계자 간담경비’로 12만원 예산을 집행했다. A씨가 사흘 전 같은 금액을 결제했다가 취소한 날이다. A씨는 “재결제한 법인카드는 도청 직원들이 밥 먹고 하는 그런 카드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수사와 감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은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타 도(道)와 도지사 업무추진비 비교하니
이에 앞서 논란이 된 경기도지사의 업무추진비의 집행 내역 기록이 다른 도지사의 업무추진비에 비해 느슨하게 처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 9개 도지사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비교하니 경기지사의 경우만 돈을 쓸 당시 인원수와 결제방법(현금/카드)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지사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에는 일자·집행내역·사용처·집행대상·금액만 포함됐다. ‘2021-01-06/경기도 제○호 특별생활치료센터 근무자 격려 경비/과일○○/생활치료센터 근무자 ○○○ 등/300,000원’과 같은 식이다.
반면 다른 도는 ‘2021-12-04/19:57/140,000/행사 준비 직원 격려/○○전복/4명/카드’처럼 도지사 업무추진비를 공개할 때 집행 인원과 결제방식을 표기하고 있다.
경남·충남·전남·제주도는 도지사의 업무추진비가 쓰인 시각까지 공개했다. 해당 지자체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훈령에 따라 도지사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고 있다”며 “오래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세밀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부서 평가 때 감점이 들어온다. 이런 평가는 전국이 동일하다”고 전했다.
올해 1월 공표된 행정안전부의 훈령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업무추진비를 공개할 때 사용자·일시·장소·목적·인원·금액·결제방법‧비목 등 항목을 8가지로 구분하도록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기관장 등 업무추진비를 공개할 때 들어가야하는 항목은 지난해에도 기준이 똑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비용을 누가 썼는지(사용자)나 사용 시각(일시)은 공개하지 않는다. 또 집행 내역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 일부 부서나 기관도 있다.
이와 관련해 경제민주주의21 대표 김경율 회계사는 “전국 기초지자체까지 포함하면 수백 수천개 업무추진비 내역이 있을 텐데, 경기도가 가장 느슨하게 운영됐다고 볼 수 있다. 보다 더 공개적이고 엄밀하게 돼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추진비 정보가 부실한 상황에서의 감사는 의미가 없거나 적어도 한계가 뚜렷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