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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만명 쏟아질것" 감염병 전문가 4000자 격정 페북글 [전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월에는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만 명 이상을 찍을 것이라는 전문가 예측이 나왔다. 그는 “앞으로 두 달 심각한 유행 뒤 우리 사회는 앞으로 많이 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과대학 교수가 서울 서초구 엘타워 오르체홀에서 열린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에서 코로나19 장기예측과 안전한 일상회복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재훈 가천대 의과대학 교수가 서울 서초구 엘타워 오르체홀에서 열린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에서 코로나19 장기예측과 안전한 일상회복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구팀의 분석 결과 일일 확진자 20만명 이상의 유행 정점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3월 한 달간은 정점에 도달해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약 4000자에 걸쳐 방역 정책 변화를 되짚어보고, 향후 감염병의 추세와 코로나19에 대응 방식 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과거 감염을 통해 면역을 획득한 사람의 수가 적어 유행 규모(가 크고), 길이가 조금 더 긴 편”이라며 “다행히도 오미크론 변이 특성상 감소한 중증화율과 추가접종의 효과로 (유행 정점에도) 중환자 체계는 아슬아슬하게 감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이달 말께 일일 국내 확진자가 13만명에서 많게는 17만명 수준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의 예측은 방역당국의 예측을 조금 웃돌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는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2년간 견뎌왔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큰 피해를 받지 않았고 거시적 경제 영향도 적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을 벌었다”며 “바로 지금의 큰 대유행을 견디기 위해 이런 준비를 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두 달 정도 주변에 있는 수많은 가족, 동료, 지인이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오미크론은 예전 코로나19만큼 위험한 감염병은 아니다. 그렇다고 독감으로 치부할 가벼운 병도 아니다. 감염병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대신 주변 사람이 빠르게 감염을 확인할 수 있고, 고위험군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자신의 증상과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끝으로 여전히 백신 접종과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뒤 “앞으로 두 달 정도 심각한 유행을 겪은 후 우리 사회는 매우 많이 앞으로 나가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며 글을 마쳤다.

감염병 전문가 정재훈 교수 페이스북 전문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2년간 견뎌왔는가?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이제 제가 글을 올려드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오늘 확진자가 5만명 가까이 나왔고, 재원 중환자수도 완만하지만 증가추세로 전환되었습니다. 또 이번주에는 방역정책의 극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1. 지난 1달 사이의 방역정책의 변화
-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방역정책은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리나라의 방역 정책은 작년 11월까지는 완전한 억제 정책에 가까웠습니다. 최대한 유행확산을 저지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이었습니다.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면서 점진적인 완화 전략으로의 전환을 시도했지만, 2회 접종의 효과감소와 중환자 대응역량 부족, 델타변이의 여전히 높은 중증화율로 인해 완화전략은 다시 강경한 억제전략으로 복귀되었습니다.
- 하지만 이번달부터는 다시 완화 전략으로 방역정책의 방향이 급격히 전환되었습니다. (부연하자면 억제 전략은 확진자를 최소화해서 피해를 뒤로 미루자는 개념에 가깝고, 완화 전략은 현재 감당가능한 피해까지는 받자는 의미입니다.)
- 이번달부터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억제 전략의 큰 축이었던 3T를 포기했습니다. 3T 전략은 광범위한 진단검사, 접촉자 추적, 격리를 통해 전파를 차단하는 개념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높은 성능을 바탕으로 무증상, 경증, 조기 감염자에 의한 전파 차단이 가능하게한 PCR 기반 진단검사체계를 신속항원검사체계로 전환하였으며, 접촉자 추적을 통한 추가 확산 방지정책도 역학조사관의 조사에서 자기기입식 조사로 전환되어 사실상 의미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격리 정책은 일부 유지되지만 확진자 이외 접종완료자의 자가격리 의무 역시 크게 감소되었습니다.
- 이제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19의 확산 속도를 줄이는 역할은 마스크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이미 유증상 감염예방효과가 크게 감소한 백신이 유일합니다. 또한 마스크 착용 이외에 나머지 두가지 효과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
2. 이 변화는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 급격하게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이 변화는 사실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이미 백신 접종만을 통해서 전파를 차단하고 종식에 다가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델타변이의 등장 이후부터 자명한 사실이었습니다. 문제는 백신 접종 이외의 정책으로 남은 피해를 감당할 수 있느냐와 피해를 얼마나 분산해서 받을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 즉 이러한 방역패러다임의 변화는 코로나 19 유행이 우리 사회가 감당가능한 피해인가 여부로만 결정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작년 11월에는 앞서 언급한 준비가 될 되어있었고, 후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는 전파능력이 매우 높지만 다행히도 중증화율이 크게 감소되어 있었고, 백신의 중환자 예방효과도 장기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미래를 오미크론 변이가 결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매우 높은 전파능력으로 현재까지 유지해왔던 억제전략은 대부분 유지가 불가능하거나 의미가 줄어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역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어도 중환자나 사망자 수 등은 사회가 감당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3. 향후 유행 추이 예측
- 여러 불확실성이 있는 상태에서 유행예측 결과를 알려드리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 것인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앞으로 어떤 일들이 다가올지 알려드리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팀은 지난 2년간 감염병에 대한 유행 예측을 진행해오고 있었고, 지금은 그래도 어느정도 의미있는 예측 결과를 도출해내고 있습니다.
- 저희팀의 예측결과 우리나라에서는 최대 일일 확진자 20만명이상의 유행정점이 도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3월 한달간은 유행정점에 도달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감염을 통해 면역을 획득한 사람의 수가 적기 때문에 유행의 규모와 길이가 좀 더 긴편입니다.
- 다행히도 오미크론 자체의 중증화감소와 추가접종의 효과는 우리나라의 중환자 체계는 아슬아슬하게 감당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4. 방역정책의 패러다임 변화에 세부 정책을 맞춰야한다.
- 저는 우리나라 방역 정책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너무나 단기적인 요소에 정책적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이 집중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접종율을 올리기위해, 당장의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 정책을 수립하다보니 정책 사이에 엇박자도 생기고, 국민의 신뢰를 잃어왔습니다.
- 이번 방역 패러다임의 변화도 같은 문제가 반복됩니다. 신속항원검사로의 검사체계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오늘 변경된 재택치료 지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국민들에게 설명해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주의 여러 정책의 변화는 국민들의 일상과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지만 이 정책의 변화는 저도 따라가기 힘들정도입니다. 반드시 상세하고 미래를 보여주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 이제 접촉자 추적을 하지 않는데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또는 다중이용시설에서 QR 코드를 써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미 신속항원검사는 민감도가 떨어저 위음성이 많은데 방역패스에는 왜 적용이 되는 것일까요?. 역학조사는 하지 않으면서 학교에서의 접촉자 조사는 왜 해야하는 것일까요?
- 이미 확산을 용인하는 정책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방역패스의 확대는 필요한 일일까요? 이런 의문들이 2년동안 코로나 19를 다루어온 저도 드는데 국민들은 오죽하실런지요. 오미크론 대응을 위해 노력하는 당국과 헌신적인 공무원의 노력은 이해하지만 누군가는 이 혼란을 빠르게 정리해야합니다. 정책에 대한 비판을 받더라도 상황에 따라 정책 사이의 일관성을 유지해야합니다.
- 다음달 유행정점이 도래하기까지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역정책만 남기는 정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유행 정점 이후 어떤 정책을 남기고 얼마만큼 과감히 풀 수 있는지 지금부터 고민해야합니다.
5.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2년간 견뎌왔는가?
- 지난 2년간의 국민의 참여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희생, 의료진, 방역인력, 공무원들의 헌신 덕분에 이때까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피해 큰 피해를 받지 않았고, 거시적인 경제영향도 적은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을 벌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높은 3차 접종율을 달성했고, 전국민 2차 접종률도 최상위권입니다. 경구용치료제의 처방도 시작되었습니다. 또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획득할 시간도 있었습니다.
- 바로 지금의 큰 대유행을 견디기 위해 이런 준비를 해온 것입니다. 이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해왔습니다. 마지막 큰 위기에 대한 확인만이 남은 것입니다. 만약 대유행의 정점까지 우리 의료체계와 사회적 대응역량이 감당가능한 수준이라면 이제 어쩔 수 없이 코로나 19는 풍토병처럼 대해져야 합니다. 힘들었지만 우리 사회를 유지하게 해주었던 방역정책도 수명이 다해가고 있습니다.
- 2년간의 기다림은 지금과 같은 순간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존재했습니다.
6. 이제 시민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 앞으로 2달정도는 주변에 있는 수많은 가족, 동료, 지인이 감염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건강하시고 접종이 완료되신 분들, 경구용 치료제의 투약대상이신분들에게 오미크론 변이는 예전의 코로나 19만큼 위험한 감염병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독감으로 치부할만큼 가벼운 감염병도 아닙니다. 이정도가 정확한 표현일겁니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감염은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대신 주변사람들이 빠르게 감염을 확인할 수 있고, 고위험군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자신의 증상과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 이제 자신을 코로나 19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은 마스크쓰기, 손씻기 등의 개인 위생수칙과 감염으로부터 완전한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지만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거의 막아주는 백신 접종이 남아있습니다. 최소한 유행 정점이 지나고 우리 의료체계와 사회가 감당가능한 질병임이 확인될 때까지는 예전만큼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 앞으로 2달 정도는 매우 심각한 유행이 우리 사회에 도달할겁니다. 그러나 2-3달 뒤 우리 사회는 앞으로 매우 많이 나가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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