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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진짜 금리 7번 올려?…美 '임금 인플레'에 힘받는 긴축 가속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일 ‘매(통화 긴축)의 발톱’을 드러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7차례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연일 ‘매(통화 긴축)의 발톱’을 드러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7차례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현재 미국에 ‘임금 인플레이션(wage inflation)’이 찾아온 것처럼 보인다. 남은 (7차례의)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마다 금리를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인플레 상황에 따라 한 번에 0.25%포인트 이상의 인상 폭에도 대비해야 한다.”

미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임금 급등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공세적인 긴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Fed가 긴축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예상을 하는 건 서머스만이 아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Fed가 올해 7차례, 내년 4차례 등 2년간 총 11번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선 해리스 BofA 글로벌경제연구소장은 “광범위한 물가 상승이 임금으로 전이됐다면 (금리 인상은) 이미 늦었다”며 “(내년까지 11번이) 결코 급진적인 예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통화 긴축)의 발톱'을 드러낸 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7번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만만치 않은 데다, 경제 회복과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임금 발 인플레이션' 경보까지 울리고 있어서다.

미국 시간당 평균임금 증가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국 시간당 평균임금 증가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 4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1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1년 전보다 5.7% 상승하며 2007년 3월 이후 15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비농업 부문 취업자도 46만7000명이 증가하며 다우존스(15만명)와 블룸버그(12만5000명) 등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임금이 뛰면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임금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반영하게 되고, 물건값이 오르며 지갑이 얇아진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되면서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7%가 오르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의 관심은 오는 10일 발표될 지난 1월 CPI로 쏠려 있다. 두 달 연속 7%대의 상승세를 이어가면 Fed의 ‘인플레 파이터’ 본능을 더 자극할 수 있어서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변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변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커지는 인플레 압력에 고용 지표 회복세로 Fed도 올해 7차례 기준금리 인상의 여지를 뒀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남은 FOMC 회의마다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향후 데이터와 전망 변화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미 시장은 빨라진 Fed의 빨라진 긴축 행보에 맞춰 기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을 감지하는 신호인 미 국채 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연 1.939%포인트까지 치솟은 뒤 1.915%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일(현지시간)에는 연 1.930%로 2019년 12월 이후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의 관심사는 이제 금리 인상 시점보다 폭으로 기울고 있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마무리되는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한 시장은 빅스텝(0.5%포인트) 인상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빅 스텝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정해진 것이 없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8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 기금(FF) 금리선물시장은 다음 달 Fed의 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26.9%로 예상했다. 지난 2일 전망치(4.6%)에서 나흘 만에 무려 7배로 뛴 것이다.

인플레가 진정세로 접어들면 Fed가 긴축 속도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긴축으로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경기 하강 압력이 생길 수 있는 데다, 인플레 압력을 키우는 공급망 병목 현상은 통화 긴축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Fed가 올해 6~7차례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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