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3.6% 올랐다. 10년래 최대‧최장 인플레이션(고물가)이다. 외식비‧공공요금‧주거비‧석유류‧농수산물 등이 일제히 오르면서 3%대 상승률을 견인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해소되지 않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보고 있어 고물가 행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어지는 인플레이션 릴레이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3.6% 올랐다.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한 건 201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10년 만에 가장 긴 기간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상승 폭과 상승 기간 모두 10년래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물가의 기조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까지 지난달 3.0%에 달했다. 가장 최근에 근원물가가 3%대로 올라섰던 게 10년 전인 2012년 1월이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이나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는 농산물과 석유류는 제외하고 산정한 것으로, 물가의 중장기적 추이를 나타낸다. 이번 물가 상승을 일시적으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근원물가도, 외식도 ‘10년 만에 최대’ 기록
정부가 가격 인상을 제한할 수 있는 교통‧주류‧담배와 일부 채소류를 제외하고는 안 오른 항목이 없었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한탄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5.5% 올랐다.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외식 가격 상승은 전체 물가 상승(3.6%) 중 0.69%포인트를 기여했다. 품목별로 나눴을 때 가장 큰 비중이다.
햄버거‧커피 등 유명 프랜차이즈는 물론 개인 식당까지 줄줄이 가격표를 갈아치운 탓이다. 이 중에서도 생선회(9.4%), 쇠고기(8%) 등이 크게 올랐다. 식당의 지나친 가격 인상은 소비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큰 폭으로 조정하지 않는다는 게 통념이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동주택관리비(4.3%)와 집세(2.1%)는 물론 전기‧가스‧수도료(2.9%)도 상승했다.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는데도 물가가 올랐다. 같은 집에 그대로 살고 있어도, 전기‧가스‧수도를 지난해와 똑같이 써도 더 많은 돈을 내는 상황이 됐다. 전세 상승률은 2.9%로, 2017년 8월 이후 가장 높았다. 월세도 1.1% 상승했다.
100달러 넘보는 국제유가
향후 물가 급등의 뇌관 역할을 할 건 국제유가다. 석유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4일 기준 전국 휘발유 가격은 L당 평균 1673원이다. 지난달 4일(1651원)보다 22원 올랐다.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하가 시행된 이후 떨어지던 휘발유 가격은 올해 1월 들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계속 상승세다. 여기에 국내에서 수입하는 원유인 두바이유는 3일(현지시각) 배럴당 87.46달러까지 치솟았다. 1달 새 76.88달러에서 13.8%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세는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된다. 이달엔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가격은 물론 석유류 관련 공업제품 가격 인상으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엔 수요측 요인뿐 아니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 공급 요인도 컸다”며 “당분간 상당폭 오름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OECD 국가 평균, 30년래 최고
고물가는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지난해 12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6.6%를 기록했다. 1991년 7월 이후 가장 높다. 터키 물가상승률이 36.1%에 달하면서 전체 평균을 높였다. 주요 20개국(G20)으로 좁혀보면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이 6.1%였다. 미국의 경우 1년 전보다 7% 상승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