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중국 화학사업 진출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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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SK㈜의 분주한 움직임에 정유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는 최근 일부 자산을 처분하고 SK인천정유 지분 일부를 런던 증시에 상장키로 하는 등 대규모 자금 마련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그런 가운데 합작설이 돌았던 중국 최대의 석유화학회사인 시노펙(SINOPEC)의 최고위급 임원이 SK㈜를 방문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또 지난달 말 처분을 발표한 주유소.충전소 174곳은 최종적으로는 계열사인 SK인천정유가 사들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 중국 내 화학사업에 진출하나=SK㈜에 따르면 시노펙의 장젠화(章建華) 부총재(수석부사장) 등 임원 14명이 최근 SK㈜를 방문했다. 6~8일엔 울산 공장을 둘러봤으며, 9일과 10일에는 서울 서린동 본사에 들러 최태원 SK 회장 등을 만났다. SK㈜ 측은 "시노펙이 SK㈜의 앞선 경영관리시스템과 생산기술을 벤치마킹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단지 경영시스템을 시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장 부총재 같은 최고위급 임원까지 올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SK㈜가 추진해 온 중국 내 석유화학 사업이 성사 단계에 이르러 이에 대한 논의차 장 부총재 등이 SK㈜를 찾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는 중국 현지 업체와 합작으로 나프타 분해 공장을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SK인천정유 주식을 다음달 중 런던 증시에 상장하겠다고 8일 발표했던 것도 합작 임박설에 무게를 더한다. 중국 내 나프타 분해 공장 합작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가 아니면 지분을 상장해 거둔 자금을 쓸 곳이 없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SK㈜가 SK인천정유 발행 주식의 25%인 8800여만 주를 상장해 약 7000억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8일 보도했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나프타 분해 공장 설립에는 수천억~수조원이 들어간다. SK㈜는 SK인천정유 지분의 90.6%를 갖고 있어 25%를 처분해도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다.

◆ 계열사에 주유소 밀어주기 논란=SK㈜는 지난달 27일 "주유소.충전소 174곳을 4700억원에 하나은행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5년간 SK 폴사인을 달고 운영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SK인천정유는 5년 뒤인 2011년 11월에 174곳 전부를 하나은행에서 63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SK 관계자는 "주유소 전체의 5년 뒤 추정평가액을 감정받은 결과 6300억원에 사들여도 이익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땅 값이 매년 6%씩 오르면 현재 총액 4700억원인 땅은 5년 뒤 6300억원이 된다. 이번 주유소 인수로 SK인천정유는 안정된 공급처를 크게 늘리게 됐다. 현재 'SK인천정유' 표시를 단 주유소는 전국에 116개뿐. 여기에 174개가 더해지면 공급처는 2.5배가 된다. 반면 SK㈜의 주유소는 4100여 개에서 약 3930개로 4%가량 줄어든다.

일각에선 SK㈜와 하나은행이 주유소 매각 과정을 투명하게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SK㈜는 주유소 처분을 지난달 27일 밝혔으며, SK인천정유는 사흘 뒤인 30일 하나은행과 흥정을 마치고 이날 이사회에서 6300억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더 비싼 값을 제시할 정유회사가 있는지 알아보지도 않았다"며 "결국 SK㈜가 하나은행을 끼고 SK인천정유를 밀어준 것 아니냐"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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