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방송위' 한지붕 주도권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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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달 27일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내놓은 방송통신 통합기구 안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통합기구 출범을 서두르는 정부는 10일 이와 관련한 설명회를 열었다. 시민단체는 토론회를 열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정치권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당정회의 등을 통해 의견 조율을 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이미 관련 특위를 운영 중이다. 통합 대상인 해당 기관의 신경전도 시작된 눈치다. 업무 영역 조정과 관련한 부처 간 이견도 엿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 정부 임기 내에 이 문제를 처리하려고 서두르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방송과 통신 융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 의지 확고한 정부=노무현 대통령은 6일 한명숙 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 연설문에서 통합 기구 설립에 대해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방송.통신 융합은 21세기 신산업의 중심으로서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방송.통신 융합과 관련한 다양한 현안을 종합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 통합기구의 설립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상반기에 통합 기구 출범을 목표로 관련 법안을 올해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시점까지 못박았다. 위원회 구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당초 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다. 하지만 해당 기관 간의 힘겨루기로 통합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7월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꾸려지면서 통합 논의는 빠르게 진행됐다. 석 달여 만에 나온 결과물이 통합기구안이다.

◆ 쉽지 않을 조직 통합=통합 기구 출범과 관련한 가장 큰 난관은 조직 통합이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일대일 결합이라는 밑그림은 나왔지만 해당 기관간의 마찰음이 벌써부터 흘러 나오고 있다. 8일 방송위 노조는 노준형 정통부 장관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6일 당정 간담회에 참석한 노 장관이 "융합 기구가 되면 인력 규모의 경우 정통부 450명에, 방송위 인력 중 민간기구로 옮겨가는 인원 외에 100명 정도가 합쳐져 중급 수준의 조직이 된다"고 한 발언과 관련, 그 배경을 물은 것이다. 결국 유영환 정통부 차관이 해명에 나섰다. "정통부와 방송위는 지금 있는 그대로 통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통합이 되면 현재 민간인인 방송위 직원들의 신분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이를 의식한 듯 최민희 방송위 부위원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합과 관련한) 신분상 불이익은 없다"고 강조했다.

업무 영역 조정도 쉽지 않다. 8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정통부와 문화부는 방송통신관련 콘텐트의 소관을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심동섭 문화부 방송광고팀장은 "콘텐트는 문화정책의 틀 안에서 추진돼야 하는 만큼 문화부가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노익 정통부 통신전파방송융합전략팀장은 "콘텐트 진흥과 규제를 통합위원회가 관장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 정치 논란 피해갈 수 있을까=사실 통합 기구 출범과 관련한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은 국회다. 다음달 8일께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가 생각하는 입법 일정을 맞추려면 국회 처리 여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강만석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연구원은 "통합 기구안이 정부안으로 국회에 상정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다른 정치적인 문제와 얽힐 경우 처리 여부 자체도 불투명하다. 이 문제가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나라당은 서두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안을 지켜본 뒤 토론회.공청회 등을 거쳐 관련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본적 입장은 "큰 틀에서 일치하는 부분이 있으면 동의하겠지만 (열린우리당과) 합의가 되지 않으면 다음 정권으로 넘겨 차근차근 하겠다"는 것이다. 대선이라는 변수를 고려해 방송.통신 통합기구에 대한 법안은 이번 정부에서 통과시키더라도 통합기구의 출범 시점을 차기 정권이 꾸려진 뒤로 미루자는 의견도 있다. 통합기구가 방송 정책 등을 관장하는 만큼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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