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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북 인권' 입장 달라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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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의 핵실험과 6자회담 복귀를 놓고 진땀을 뺀 정부가 이번엔 북한 인권 문제를 둘러싼 고민에 빠졌다. 유엔이 다음 주말에 열릴 총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유엔 사무국은 유럽연합(EU)과 미국.일본의 주도로 7일(현지시간) 북한 인권결의안을 유엔 총회에 상정했다. 북한 인권결의안이 유엔 총회에 올라간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결의안에는 처음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포괄적 조사 방침까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북한 인권단체나 국제사회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2003년부터 유엔 인권위원회가 3년 연속 채택한 북한 인권규탄 결의안에 대해서도 기권하거나 불참했다. 문제는 올해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는 점이다. 지난달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결의안 1718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등 대북 대응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되면서 북한 인권과 관련한 정부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경우 사무총장 배출국으로서의 위상에 뒷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내년 1월 공식 취임할 반 사무총장 임명자가 북한 인권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를 국제사회는 주시하고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때문인지 반 장관은 지난달 20일 유엔 사무총장 임명자 자격으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유엔 사무총장의 권한과 유엔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강경화 외교통상부 국제기구국장이 유엔에서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유엔 인권 부고등판무관(Deputy High Commissioner)에 진출한 것도 부담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결의안에 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강조해온 정부는 막판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표결에 대한 입장을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10일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통해 논의를 했으나 의견이 엇갈려 정부 입장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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