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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5년간, 해외 수주 ‘0′…이집트 원전이 구세주 될까?

중앙일보

입력

침체한 한국 원자력 발전 수출이 다시 도약할 기회를 맞고 있다. 탄소 중립 중요성에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원전 회귀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서다. 새해부터 전해진 이집트 원전 사업 참여 낭보도 기대감을 더했다. 다만 원전 수출 성공 위해서는 국가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독 협상 들어간 이집트 엘다바

이집트 엘다바 원전 개요 그래픽 이미지.

이집트 엘다바 원전 개요 그래픽 이미지.

31일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집트 엘다바 원전 계약 체결을 위해 2월까지 세부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 2일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 건설사업 부문 계약 체결을 위한 단독 협상자가 됐다고 발표했다.

2017년 러시아 JSC ASE 사가 전체 사업을 수주한 이집트 엘다바 원전은 1200㎿급 원전 4개를 짓는데 총 300억 달러(약 35조원)가 들어간다. 한국은 이 중 터빈 건물 등 2차 계통 사업에만 참여한다. 한수원이 비밀유지를 이유로 정확한 계약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최소 조 단위 규모로 추산된다.

속도 내는 신규 원전 수주전

주요 원전 수출 진행 경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요 원전 수출 진행 경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다른 신규 원전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에 1200㎿ 이하급 원전 1기를 건설하기로 하고 한국·미국·프랑스를 대상으로 입찰 사전 자격심사에 해당하는 안보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강력한 경쟁 상대인 러시아와 중국은 빠졌다. 루비아토보-코팔리노 2개 부지에 6000㎿~9000㎿ 급 원전 6기를 짓는 폴란드도 한국·프랑스·미국 등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수원은 올해 1분기 사업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신규 원전뿐 아니라 이미 가동하고 있는 원전의 설비 개선 및 운영·정비 분야 진출 시도도 활발하다. 한수원은 2020년과 지난해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2호기 ‘노내 핵 계측기 공급사업’과 ‘주변압기 공급사업’ 등 총 4건의 사업을 수주했다. 여기에 삼중수소제거설비(TRF) 건설 사업 참여를 위해 지난해 8월 기술입찰서를 제출하고 최종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문 정부 들어 원전 수주 ‘0’

다만 이집트 엘다바 원전이 한국 원전 수출 재개 신호탄이 되기엔 아직 '2%'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UAE 바라카 원전과 달리 주기기 등 핵심 1차 계통 분야는 러시아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집트 엘다바를 제외하면 조단위의 굵직한 원전 수주는 문재인 정부 들어 한 건도 없었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한국전력은 2018년 8월 협상에서 빠졌다. 수주 조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사우디 원전 수주전에도 뛰어들었지만,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다. 한국이 시공을 맡은 UAE 바라카 원전은 2018년 11월 운영권 일부를 프랑스에 넘겨줬다.

원전 수출은 국가 대항전, “적극 지원 필요”

한국 원전의 수출 경쟁력은 이미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납기일 내에 시공을 마칠 수 있는 건설 능력을 갖췄다는 점, 건설비용이 경쟁국보다 최소 절반가량 저렴하다는 점이 특히 장점이다. 한국 원전의 경쟁국인 미국과 프랑스는 원전 준공일도 맞추지 못하는 등 건설능력에서 뒤처져 있다.

문제는 원전 수주가 단순히 좋은 기술력만으로 판가름 되지 않다는 점이다. 최대 수십조원에 달하는 원전 수주전은 기술력 이상으로 외교력과 자금력 등 국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국가 대항전이다. 실제 세계 원전 시장을 휩쓸고 있는 러시아는 원전 건설 자금을 정부가 차관으로 제공해 자금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이 발목”이란 지적도

정부 탈원전 정책이 원전 수출의 걸림돌이란 지적도 있다. 원전은 단순 건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운영과 유지 관리까지 50~100년이 걸리는 장기 계약 사업이다. 이 때문에 건설 능력뿐 아니라 기술이전과 관리 능력도 중요하다.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산업계가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에 선뜻 건설을 맡길 나라는 많지 않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어느 나라나 원전 같이 나라 국운이 결정될 정도의 대규모 사업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세일즈를 한다”면서 “반대로 한국은 정작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적극적인 수출 정책 펴는데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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