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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국방백서에도 나오는데…尹 '선제타격'에 '전쟁광'이란 與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12일 공개한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12일 공개한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북한 선제타격’ 발언에 여당이 총공세를 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를 “충격적”“호전적 지도자”라고 비판했고,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전쟁광도 아니고 이게 무슨 망언인가”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윤 후보 측에선 “선제타격은 문재인 정부 국방백서에도 나오는 작전개념”이라 반박하고 있다.

윤 후보의 ‘선제타격’ 발언은 “북한 미사일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란 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왔다. 윤 후보는 “북한이 발사한 초음속 미사일에 핵이 탑재되면 수도권 대량 살상까지 걸리는 시간은 1분 이내라 요격이 불가능하다”며 “도발 조짐이 보이면 우리 3축 체계 중 킬체인을 통한 선제타격 외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북한의 도발’을 전제로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을 언급한 것이다. 이는 도발 징후 없이 다른 나라를 먼저 공격해 국제법상 불법으로 여겨지는 예방적 타격(preventive strike)과는 다른 개념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선제타격' 발언도 이날 나왔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선제타격' 발언도 이날 나왔다. [뉴스1]

윤 후보가 언급한 ‘3축 체계’는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돼 문재인 정부가 2018년까지 같은 용어를 사용하며 채택해왔던 국방부의 북한 핵위협 대응 핵심 전략이다.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탐지해 선제타격하는 1축 ‘킬체인’과 2축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3축인 ‘대량응징보복’으로 나뉜다. 2019년부터 문재인 정부는 3축 체계란 용어 대신 ‘핵·대량살상무기 대응체계’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3축 체계란 용어가 북한을 자극한다는 지적이 있어 바꾼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3축 체계의 작전개념은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윤 후보가 언급한 1축 ‘킬체인’은 ‘전략적 타격체계’로 말만 바뀌어 2020년 국방백서에 “킬체인과 대량응징보복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등장했다. 전직 육군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외교적 성과라 강조한 한미 미사일 지침 폐기도 모두 킬체인의 일환”이라 말했다.

2020년 국방백서에 나오는 킬체인과 전략적 타격체계 개념. [국방백서 캡처]

2020년 국방백서에 나오는 킬체인과 전략적 타격체계 개념. [국방백서 캡처]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당이 윤 후보의 발언을 비난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방정책을 비난하는 것과 사실상 똑같아 의아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야권은 여당이 과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선제타격’ 발언은 외면하거나 심지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것을 문제삼고 나왔다. 북한의 ‘선제타격’에 대해선 침묵하면서 윤 후보의 발언은 공격한다는 것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비판하고 있다. [뉴스1]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비판하고 있다. [뉴스1]

김 위원장은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억제력을 남용하거나 선제적으로 쓰진 않겠지만,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우리가 선제적으로 응징할 것”이라 밝혔다. 윤 후보와 마찬가지로 ‘도발 징후’를 전제로 선제타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었던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김 위원장의 열병식 발언은 긍정적이라 평가한다”며 “선제적 무력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는 고무적”이라 말했다. 윤 후보 선대본부에서 국방정책을 관할하는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김 위원장의 선제타격은 괜찮고, 윤 후보의 선제타격은 안 된다는 것이냐”며 “윤 후보의 국방정책에 굴종적 평화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12일 공개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참관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12일 공개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참관 모습. [연합뉴스]

민주당은 윤 후보의 발언이 설령 군사 기술적으로는 맞을지라도 대선 후보의 발언으로선 부적절했단 입장이다.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윤 후보는 합참 의장이 아닌 대선 후보”라며 “선제타격은 수많은 군사적 대응 방법 중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에 쉽게 꺼내서는 안 되는 단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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