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강찬호의 시선

"이탈표 대부분 안철수로 향한다" 윤석열에 남은 2장의 카드

중앙일보

입력 2022.01.06 00:36

업데이트 2022.01.06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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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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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초보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올랐을 때, 윤석열의 대선 필승 방정식은 ‘김이안홍’이었다. 김종인-이준석-안철수-홍준표를 끌어안아 대권을 거머쥐는 그림이다. 김종인이 강세를 보여온 중도층과 이준석 배후의 2030 민심에다 안철수의 제3지대 표와 홍준표의 대중성을 흡수해야 정치 경험과 당내 기반이 전무한 윤석열이 이긴다는 공식이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11월 5일 대선 후보 선출 이래 두 달간 이 네 토끼를 잡는 전략을 추진했지만 하나도 얻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10~15%P까지 뒤졌던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역전되고 말았다.

윤 후보는 지난 두 달 동안 통합과 외연 확장 대신 ‘윤핵관’과 ‘김이안홍’사이에서 좌고우면하며 오락가락만 거듭했다. 지지율이 하락하자 고정 지지층을 잡겠다고 거친 언사로 정권을 공격하다 독선적 이미지와 정책 부재를 노출해 지지율이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궁지에 몰린 윤 후보가 들고 나온 카드가 김종인-이준석을 배제한 ‘슬림 선대 본부’다.

김종인 손절하고 반등 전략 모색
지지율 급등 안철수 ‘3강’ 노려
홍준표 안고 안과 단일화 이룰까

홀로서기에 나선 그의 앞길은 가시밭길이 될 수밖에 없다. 위기감을 느낀 보수가 윤 후보 지지로 결집할 수도 있겠지만, 대선에 이기려면 중도의 지지가 절실한데 김종인의 퇴장으로 중도 성향 유권자가 등 돌리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줄곧 50%를 넘어온 정권교체 여론의 위축도 변수다. 정권교체를 바라온 보수와 중도 유권자들이 패닉에 빠질 경우 정권교체 여론은 정권유지론에 압도당하고, 여당의 승리로 끝나버릴 공산이 크다.

윤 후보가 수렁에 빠진 틈새를 안철수 후보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윤 후보에게서 빠져나간 이탈표 대부분이 이재명 후보(민주당) 대신 안 후보에게 가면서 지지율이 10%대까지 올랐다. 안 후보는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덫이 된 도덕성 논란과 가족 리스크와도 거리가 멀다. ‘윤석열 쇼크’로 패닉에 빠진 보수와 중도층에 안 후보가 마지막 희망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다만 둘은 대체재적 성격이 짙다. 후보 단일화 요구가 높아지는 이유다.

그러나 당장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긴 어렵다. 지지율 상승에 고무된 안 후보는 설(2월 1일) 이전에 이재명-윤석열의 양강 구도가 자신을 포함한 ‘3강’ 구도로 바뀔 것이라 장담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선 단일화의 ‘단’자도 꺼내지 않을 것이다.

윤·안 후보가 둘 다 대선을 완주하면 결과는 보나 마나다. 5년 전 대선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두 후보가 1월 한 달 최선을 다해 뛰어 위축된 정권 교체 여론을 되살린 뒤 단일화 경선으로 야권 단일 후보를 결정한다면 1997년 집권에 성공한  ‘DJP(김대중+김종필) 연대’ 모델이 재연될 수 있을 것이다. 집권 후 연합정권을 구성, 공동으로 국정을 펴나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만약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그 시기는 2월 초순이 될 공산이 크다. 법정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직전이고 대선을 한 달 남겨놓은 시점이다. 윤 후보로서는 앞으로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단일화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던 지난달 중순만 해도 안 후보는 ‘흡수 대상’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거꾸로 윤 후보가 안 후보쪽에 흡수당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 됐다.

윤 후보가 당장 지지율을 반등시킬 비책이 있을까. 윤 후보 주변에선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을 껴안는 시나리오를 거론한다. 당 대표와 5선 의원을 지낸 정치 경륜과 이준석 대표를 견제할 뒷심이 있다는 게 강점으로 거론된다. 윤 후보의 취약점인 청년층에 인기가 있고, 무엇보다 안철수 후보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 홍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기간에 안 후보에게 여러 번 러브콜을 보내며 관계를 개선했다. 단일화 프로세스에서 홍 의원의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2일 홍 의원을 찾아가 3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홍 의원은 고사했지만 흡족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두 사람 사이의 앙금이 말끔히 가신 건 아닌 모양이다. 윤 후보는 최근 홍 의원이 ‘처가 비리’를 거론하며 자신을 공격한 데 마음이 상해있고, 홍 의원은 별도의 청년 플랫폼을 만들어 자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 윤 후보는 별의 순간을 잡은  스타가 아니라 사방에서 적이 달려드는 수세적 입장이다. 사감을 버리고 전략적 행보를 하지 않으면 패배가 불보듯하다. 윤 후보의 정치력에 달렸다. 윤 후보는 어제 “국민이 기대했던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 말을 진심으로 이행한다면 정권교체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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