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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매물 폭탄에 코스피 2950대…원화값 달러당 1200원 코앞

중앙일보

입력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등의 여파로 5일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주가와 원화 가치, 채권 금리가 동반 하락했다.

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18%(35.27포인트) 내린 2953.97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2월 2일(2945.27) 이후 가장 낮다. 장중 한때 2936.73까지 밀렸다. 개인 투자자가 1조3000억원가량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기관(1조3400억원) 매도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300억원어치 사들였다. 다만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 1조원가량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 압력을 가했다. 코스닥은 2.14% 하락한 1009.62로, 1000선을 위협받게 됐다.

5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1.18% 내린 2953.97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5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1.18% 내린 2953.97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미국 국채 금리 뛰고 성장주 급락

이날 주가 하락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기관의 물량 폭탄이 수급에 부담을 줬다. 특히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금융투자'(약 1조원)의 매도세가 거셌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배당을 노리고 지난달 주식을 순매수하던 금융투자가 순매도로 전환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투자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5조원 가까이 주식을 팔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의 통화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우려가 겹치며 시장에 부담이 됐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66%까지 올랐고, 이는 달러화 강세를 부추겼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1.33% 하락했다. 5일 중국 상하이(-1.02%)와 홍콩 항셍지수(-1.78%) 등 아시아 주요 지수가 부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관의 매물 부담이 커진 가운데 미국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진 것이 증시를 짓눌렀다"며 "국내에서도 금리에 민감한 성장주들이 급락하면서 주가 낙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선 반도체주인 삼성전자(-1.65%)와 SK하이닉스(-2.33%)를 비롯해 네이버(-2.87%), 삼성바이오로직스(-3.04%), 카카오(-5.38%) 같은 성장주가 크게 하락했다.

외환시장과 채권시장도 출렁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달러당 1196.9원으로, 전날보다 2.8원 내렸다(환율 상승). 지난해 10월 12일(1198.8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장중 1199.7원까지 떨어지며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도 깨질 뻔했다. 시장에선 조만간 1200선을 뚫을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45%포인트 오른 연 1.913%로 마감했다. 국채 금리 상승은 채권값 하락을 의미한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 2.375%로, 전날보다 0.055%포인트 올랐다.

당분간 시장의 관심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행보로 쏠린다. 당장 5일(현지시간) 공개될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 통화 긴축 우려 등 기존 악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달 말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기관이 현금 마련을 위해 매도세를 이어갈 수 있다"며 "1월 증시는 지금 분위기에서 크게 바뀌지 않고,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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