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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4분만에 3m 이중 철책 훌쩍…CCTV 찍힌 '체조 월북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합동참모본부가 5일 동부전선 최전방 지역에서 발생한 탈북민 김모씨 월북사건에 관한 군 당국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민간인출입통제선 인근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모습이 찍힌 김모씨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합동참모본부가 5일 동부전선 최전방 지역에서 발생한 탈북민 김모씨 월북사건에 관한 군 당국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민간인출입통제선 인근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모습이 찍힌 김모씨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탈북 1년여만에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 다시 월북한 30대 탈북민 A씨(29)는 '기계체조 선수' 출신으로, 키 150여㎝에 체중 50여㎏의 왜소한 체형이었다.

5일 합동참모본부는 A씨가 지난 1일 오후 12시 51분쯤 강원도 동부전선 민통선 주변에서 찍힌 폐쇄회로(CC)TV 모습을 공개했다.

군 당국은 A씨가 이중으로 된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는 데 4분이 채 걸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나당 2분씩 걸린 셈이다. 군은 GOP(일반전초) 감시카메라 3대에 찍힌 시간대 등을 토대로 종합 분석해 이런 분석을 내놨다.

GOP 철책은 남·북 양쪽에 설치돼 있으며 남쪽 철책에는 광망(철조망 센서) 등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광섬유 소재로 된 그물망 형태 철조망을 덧댄 형태로, 높이가 3m 정도다. 북쪽 철책엔 이같은 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다.

남쪽 철책의 그물망 중간중간에는 철조망을 지탱하기 위한 알파벳 와이(Y)자 형태 브라켓이 설치돼 있다. Y자 브라켓 중간과 끝부분에 '상단 감지 브라켓' '상단 감지 유발기' 등이 설치돼 있어 철책을 절단하거나 오르기 위해 하중을 싣게 되면 광망 경보가 울린다.

합참 관계자도 "망형태의 판망(철조망)을 잡고 기어 올라가는 순간 광망을 당겨 '절곡' 알람이 울렸던 것이고, 이후 브라켓을 잡고 철조망을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동참모본부가 5일 공개한 월북자 A씨의 CCTV 포착 장면. [사진 합동참모본부]

합동참모본부가 5일 공개한 월북자 A씨의 CCTV 포착 장면. [사진 합동참모본부]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조영수 합참전비태세검열실장이 '철책 월북 사건' 초동 조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조영수 합참전비태세검열실장이 '철책 월북 사건' 초동 조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A씨는 지난 2020년 11월 귀순 당시에도 동일 지역의 이중철책을 넘었다. 이번에 월책한 지역이 당시 귀순 지점과 약 10㎞가량 떨어져 있긴 하지만, 철책 형태 등이 같기 때문에 경험을 살려 단숨에 이중철책을 넘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군은 그가 귀순할 때 광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감시체계의 허점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장비가 제대로 작동했음에도 그를 놓쳤다. 군에 따르면 A씨가 오후 6시 36분쯤 철책을 넘을 당시 경고등과 경고음이 울렸고, 소대장 등 6명의 초동조치조가 6분 만에 현장에 출동했다. 하지만 이미 A씨가 이중철책을 넘고 몸을 숨긴 뒤였다.

초동조치조는 현장 확인 뒤 대대 지휘통제실에 "이상이 없다"고 보고한 뒤 철수했지만, 나중에 현장을 확인 결과 북쪽 철책을 넘어간 자리에 쌓인 눈에 발자국이 나왔다. 철책에 긁혔다면 남을 수 있는 혈흔 등은 포착되지 않았고, A씨의 패딩에서 빠진 것으로 추정되는 패딩 충전재(깃털)가 있었지만, 군은 "낮에 살펴봐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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