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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황당 오판...월북 순간 CCTV에 5번 잡혔는데도 놓친 사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합동참모본부가 5일 동부전선 최전방 지역에서 발생한 탈북민 김모씨 월북사건에 관한 군 당국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민간인출입통제선 인근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모습이 찍힌 김모씨의 모습을 공개했다. 뉴스1

합동참모본부가 5일 동부전선 최전방 지역에서 발생한 탈북민 김모씨 월북사건에 관한 군 당국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민간인출입통제선 인근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모습이 찍힌 김모씨의 모습을 공개했다. 뉴스1

탈북민이 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 철책을 넘어 월북하는 장면이 군의 GOP(일반전초) 감시카메라(CCTV)에 다섯 차례나 포착됐다. 그러나 감시경계 병력이 이를 모두 놓친 것으로 드러나 군은 최전방부대 경계 태세에 허점이 드러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육군 22사단 GOP가 관할하는 지역 철책을 넘어 육로를 통해 월북한 A씨가 월책하는 장면은 GOP 내 감시카메라 3대에 모두 다섯 차례 포착됐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 조사 결과 경계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근무 기강과 시스템 전반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도미노가 쓰러지듯 연쇄적으로 실책이 이어지기도 했다.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조영수 합참전비태세검열실장이 '철책 월북 사건' 초동 조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조영수 합참전비태세검열실장이 '철책 월북 사건' 초동 조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 번째 구멍 : 경보음에 출동했지만 허사  

A씨가 당일 오후 6시 36분께 GOP 철책을 넘어 북한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에 경고음이 울렸다. 소대장 등 병력 6명이 출동했으나 이들은 현장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두 번째 구멍 : 실시간 영상서 인지 못 해

GOP 감시병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CCTV 영상에서 A씨가 철책을 뛰어넘는 장면을 상황 발생 당시 인지하지 못했다.

감시병들은 상황 발생 당시 CCTV 카메라에 식별된 물체가 매우 흐릿하고 감시 카메라의 사각 지역 발생 등의 문제로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세 번째 구멍: 엉뚱한 녹화 화면 재생  

군의 GOP 감시카메라 3대에는 A씨가 남측 철책을 기어오르고 넘어가는 장면, 북측 철책을 넘어 갈대밭으로 사라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잡혔다. 그러나 해당 부대는 이후 녹화된 영상을 재생했을 때도 A씨가 철책을 넘어 월북한 사실을 또 놓쳤다.

녹화영상 재생 시 저장 서버에 입력된 시간과 실제 촬영 시간이 차이가 나 월책하는 장면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특이상황이 아니라고 오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이 철책을 넘어간 시간의 영상을 들여다본 것이 아니라 엉뚱한 시간대의 영상을 돌려보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네 번째 구멍: 평소 장비 동기화 태만  

군 관계자는 "근무 지침상 하루 두 차례 장비의 시간을 서로 맞추는 동기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4분가량 (서버에 기록된 시각과 실체 촬영 시각 간) 차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다섯 번째 구멍: 자체 상황 종료

해당 대대의 지휘통제실장은 자체적으로 상황을 종료한 뒤 상급 부대와 대대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2사단의 해당 부대는 2일 오후 9시 17분께야 비무장지대(DMZ) 내 미상의 인원을 열상감시장비(TOD)로 식별해 특이상황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뒤늦은 사과  

전동진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합참은 별도로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군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절치부심의 자세로 현장 작전부대 장병들이 대비태세를 확고히 하고, 임무 수행에 능력과 체계를 조기에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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