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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막대 살인' 유족 울분 "얼굴 온통 멍...엉덩이 다 터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어린이 스포츠센터 대표의 폭행으로 숨진 피해자 유족 측은 4일 “추운 겨울에 하의를 벗은 채 맨바닥에 누워있다는 게 이상하지 않았나”라며 112 신고로 초기에 출동한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유족 측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면 (아들이) 살아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서울서대문경찰서. 연합뉴스

서울서대문경찰서. 연합뉴스

피해자의 유족들은 이날 오후 3시쯤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출석했다. 유족 측은 이날 취재진을 만나 “(피해자가) 대표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는 안 했고, ‘명절이나 생일을 잘 챙기는 착한 사람’이라고 했다”며 “시신은 얼굴만 보여줬는데 빈틈없이 멍이 있었다. 검안하신 분은 엉덩이가 다 터져있었고 양팔에 멍 등이 있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어린이 스포츠센터 대표 A씨는 지난달 31일 20대 남성 직원 B씨의 항문에 약 70cm 길이의 막대를 찔러 넣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2시쯤 경찰에 신고했던 A씨의 당시 모습과 관련해 유족은 “걸음걸이를 볼 때 CCTV 상 휘청거리는 것은 없었다”고 했다. 피해자의 부친은 “한 번도 성질을 내본 적 없는 아들이다. 못 지켜준 게 가장 슬프다”며 울먹였다.

경찰의 초동대응에 대해 유족은 “(경찰이)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봤으면 좋았을 것 같다. 깨워서 확인하려는 게 아니라 숨을 쉬는지 안 쉬는지만 확인한 것처럼 보였다”며 “가족에게 전화를 못 하더라도 구급차라도 불렀으면 가슴이 덜 답답했을 것 같다. 술 취한 사람이 횡설수설하면서 신고했다는데 이 사람 말을 믿고 간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호소했다.

앞서 피해자 유족 측은 언론을 통해 “피해자가 태권도를 20년간 해왔고, 누구에게 맞거나 제압당할 만큼 왜소한 체격이 아니었다”며 “피해자 휴대폰에는 밤 11시 30분까지 대리운전 기사와 통화한 내역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스포츠센터 대표 A씨(41·구속)에 대한 2차 조사를 진행했다. A씨는 “신고한 것만 기억나고 나머지 범행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A씨의 휴대폰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는 등 범행 동기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폭행 직후 A씨가 신고를 해 경찰이 다녀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경찰의 현장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논란이 일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막대에 의해 장기가 손상돼 숨졌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당초 폭행치사 혐의로 A씨를 긴급 체포했던 경찰은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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