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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검찰개혁‘키맨’ 이규원검사 기소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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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28일 불구속기소된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던 모습.뉴스1

28일 불구속기소된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던 모습.뉴스1

1. 이규원 검사(44)가 28일 불구속기소됐습니다.
이규원은 문재인 정부‘검찰개혁’과정에서 시종 결정적 역할을 해온 현장의 키맨(Key Man)입니다. 그런 그가 정권임기말에 기소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기여로 만들어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대상‘검사 1호’라는 불명예를 안고..

2. 이규원의 혐의는 허위공문서작성, 비밀누설, 명예훼손 등입니다.
이규원이 만든 허위공문서는 ‘윤중천 면담보고서’입니다. 윤중천은 박근혜정부 초기인 2013년 김학의 법무부차관에게 ‘별장 성접대’를 한 건설업자입니다.
이규원이 윤중천을 면담해 만든‘허위’는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과 윤갑근(전 대전고검장)도 윤중천에게 접대받았다’는 대목입니다. 윤중천이 하지 않은 말을 면담보고서에 써넣었습니다.

3. 이규원이 비밀누설한 것은..위 허위사실을 언론에 흘려 ‘오보’를 유도했다는 겁니다.
오보를 유도한 건..검찰총장 윤석열을 공격하고, 검찰고위직의 비리연루를 조작함으로써 ‘검찰개혁’여론을 형성하려던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에‘버닝썬 사건’으로 청와대와 경찰이 비판받던 분위기를 역전하려던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한마디로, 검경수사권 조정과정에서 경찰에 힘을 실어주고, 검찰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기위한 여론조작이었습니다.

4. 이규원은 검찰개혁의 출발점, 2018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 만들어질 때부터 ‘키맨’으로 꽂혔습니다.
당초 조사단에 포함되지 않았는데..마지막에 포함됐습니다. 청와대에서 심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검찰개혁의 핵심 이광철 전 청와대비서관이 이규원의 절친입니다. 연수원 동기,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동지, 같은 법률회사 동료입니다.

5. 이규원의 첫번째 키롤(Key Role)은 무혐의 종결된 ‘김학의 성접대사건’을 되살린 겁니다.
물론 김학의는 파렴치범입니다. 김학의를 봐준 박근혜정부 검찰도 직무유기입니다. 그렇지만, 어찌됐든, 김학의 사건은 법적으로 종결됐습니다.
당초 과거사진상조사단 내에서 이 사건을 맡은 5팀은 재조사를 않기로 했습니다. 8팀 소속 이규원이 넘겨받아 되살렸습니다.

6. 그래서 터진 사건이 2019년 3월 22일 심야에 벌어진‘김학의 불법출국금지 소동’입니다.
여기서도 키맨이 이규원입니다. 이규원은 이광철의 연락을 받고 긴급출국금지요청서를 만들어 출국을 막았습니다. 요청서 자체가 불법입니다. 김학의는 피의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규원은 김학의가 이미 무죄를 받은 사건번호를 적어 요청서를 만들었습니다.

7. 결국 김학의는 윤중천의 성접대ㆍ뇌물과 무관한, 다른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전형적인 별건수사입니다. 검찰이 특정인을 잡아넣기위해 엉뚱한 사건까지 탈탈 털어 엮어내는 악습입니다. 김학의는 1심 무죄, 2심 유죄로 왔다갔다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취지로 파기환송됐습니다. 대법원은 ‘검찰이 뇌물을 주었다는 자백을 억지로 이끌어냈을 가능성’을 의심했습니다.

8. 김학의 사건을 보면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검찰개혁’이란 목적이 옳다고 해서 불법 수단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리한 밀어붙이기 결과 ‘검찰개혁’의 대의는 보이지 않고, 불법만 남아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