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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뒤엔 방 빼라면서…중증환자 전용 구급차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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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대병원이 운영 중인 SMICU의 내부 모습. [사진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이 운영 중인 SMICU의 내부 모습. [사진 서울대병원]

경기도 한 대학병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실 담당 A교수는 고민에 빠져 있다. 정부가 지난 22일 다른 병원으로 보내라고 전원 명령을 내린 환자(60대) 때문이다. 이 환자는 지난달 말 코로나19 증상이 발생한 뒤 20일이 지났다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강제 전원을 명령했다. 코로나19 증세가 사라져 격리 대상에서 빠졌지만, 폐·신장·간·심장 등의 기능이 떨어져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병원에는 빈 병상이 없어서 다른 병원 일반 중환자실로 가야 한다. 구급차 안에서 의사(주로 인턴)가 인공호흡기 대신 앰부백(럭비공 모양의 고무주머니)을 짜면서 환자 호흡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A교수는 “앰부백으로 짜게 되면 인공호흡기 압력이 풀어져 폐 손상을 각오해야 한다. 죽기를 각오하고 가야 한다”고 걱정한다. 그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중증환자 이송서비스(SMICU) 체계가 있으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이송 모습. [사진 서울대병원]

환자 이송 모습. [사진 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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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수가 말한 SMICU는 서울에만 두 대 있다. 서울을 벗어나 운영할 수 없게 돼 있다. 다른 시·도에는 이런 게 없다. 서울 외 지역에 사는 인공호흡기나 고유량산소치료(코로 엄청난 양의 산소를 주입하는 치료)를 받는 중증환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옮겨야 한다.

SMICU는 ‘달리는 중환자실’로 불린다. 일반 구급차 두 배 크기의 특수차량에 음압장치가 된 1인용 중환자실을 옮겨 놨다. 응급의학전문의 1명과 간호사(응급구조사) 2명 등 4~5명의 의료진이 탑승해 이송한다. 차량에는 중환자실에 있는 모니터링 장치와 인공호흡기·혈액급속주입기·자동흉부압박기·제세동기·저체온치료기·인큐베이터 등이 설치돼 있다. 차에 실린 산소량도 80L로 일반 구급차(20L)의 네 배에 달해 고유량산소치료 환자를 이송하는 데 문제가 없다.

서울시 중환자이송팀

서울시 중환자이송팀

정부가 22일 확진 또는 증상 발현 20일 지난 환자에게 중환자실을 비우라고 강제 전원 명령을 개시하면서 인공호흡기나 고유량산소치료 환자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환자를 일반 구급차로 이송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응급의학회·중환자의학회에서 2년여 전부터 줄기차게 중증환자 이송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시가 2015년 1대,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1대를 더 도입해 서울대병원에 운영을 맡겼다. SMICU는 코로나19에 맹활약했다. 올해만 1000명의 중환자를 이송했다. 2016년 후 에크모를 단 환자 75명, 인큐베이터 환자 100명을 이송했다.

서울아산병원 홍상범 중환자실장은 “경기도를 비롯해 권역별로 SMICU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번졌을 때 SMICU로 중환자를 (대구 외 지역으로) 뺐다면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SMICU는 서울시가 특수구급차 2대의 차량 제작비(10억원)와 운영비(연간 20억원)를 지원한다. 노영선(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서울중증환자공공이송센터장은 “서울에 4대, 경기도에 2대, 나머지 시·도에 15대의 SMICU를 도입하자고 정부에 계속 건의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이송 비용(건당 60만~70만원)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광역지자체와 국립대병원·권역응급센터가 이 서비스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센터장은 “이 차량을 제작하는 데만 6개월 걸리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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