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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면 자유 몰라" 당도 놀란 尹 실언…'잡학박사'인 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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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가난과 자유’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반복되는 말실수에 “윤 후보가 아직도 정치적 언어에 미숙하다”는 비판이 당내에서조차 쏟아지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잡다한 지식이 많아 생긴 실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 22일 전북대 학생들과 만나 대화를 하던 중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뿐더러 왜 개인에게 자유가 필요한지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 역량이 있어야만 우리에게 자유가 존재하는 것이고 자유가 뭔지, 자유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되는 것”라는 설명과 함께였지만 당장 거의 모든 언론이 ‘실언’으로 이 내용을 다뤘다. 자칫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은 자유를 모른다’는 비하 발언으로 오해될 수 있는 발언이었던 까닭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튿날인 23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누가 ‘큰일났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전화가 왔었다”고 전날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같은 당 중진 의원은 “큰일이다. 그런 발언을 들으면 국민들 마음이 어떻겠느냐.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최명희홀에서 학생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최명희홀에서 학생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당내 일각에선 “아는 걸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다가 생기는 실수”라는 분석도 있다.

윤 후보는 논란의 발언을 할 때 “공동체에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그 사회에서 생산물이 시장을 통해 분배되지만, 상당한 정도의 세금을 거둬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눠서 그분들에 대한 교육과 경제 기초를 만들어 주는 것이 자유의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말을 했다.

이러한 논리는 윤 후보가 좋아하는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과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시장에서의 자유를 강조하는 이들은 “경제적 자유 없이는 정치적 자유도 없다”는 주장을 폈다. 프리드먼은 자신의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경제적 자유는 정치적 자유를 성취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 된다”이라고도 했다.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치적 자유를 외치는 게 의미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프리드먼은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제안해 비효율적인 복지 체계의 문제를 개선시키는 동시에 기본적인 소득 보장을 통한 개인의 자유 증진을 강조했다. 오늘날 기본소득 주창자들은 프리드먼의 제안을 “우파 논리의 기본소득 원조”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시카고학파의 대표적 경제학자인 밀튼 프리드먼.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그는 2006년 작고했다. 중앙포토

시카고학파의 대표적 경제학자인 밀튼 프리드먼.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그는 2006년 작고했다. 중앙포토

결국 궁극적인 자유의 증진을 위해선 최소한의 경제 생활이 가능하도록 빈곤이 해결돼야 하고, 그를 위해선 직접적인 소득 지원과 교육을 통한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게 된다.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윤 후보가 자기가 아는 지식을 말하는 과정에서 표현에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배부르고 등 따셔야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을 표현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이미 대선 경선 과정부터 주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후쿠시마, 전두환 공과(功過) 발언 등의 논란을 일으킨 전례가 있는 만큼 당내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앞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TV 토론을 하게 됐을 때 “실수가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제기된다. 윤 후보와 가까운 한 인사는 “워낙 말하는 걸 좋아하는 데다가 참모들이 미리 원고를 써주더라도 자기 생각과 맞지 않으면 원고를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며 “즉흥적인 말을 좀 줄이는 게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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