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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2.5억 중국의 유혹…스파이 몰린 하버드대 교수 최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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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리버 하버드대 교수. 로이터=연합뉴스

찰스 리버 하버드대 교수.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물량 공세'는 대단했다. 5만 달러(약 6000만원)의 월급에 15만8000달러(1억8800만원)의 생활비, 연구소를 설립하라며 150만 달러(17억8800만원)도 줬다.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의 최후는 씁쓸했다. 노벨상 수상을 바라보던 미국 하버드대 저명교수는 이제 죗값을 치르길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 스파이' 행위를 걸러내기 위한 작전을 펼쳤고, 그가 사정권에 들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우수 인재 영입 프로그램인 '천인계획'(千人計劃)에 참여했던 찰스 리버(62) 하버드대 교수에 대해 미국 보스턴 연방법원 배심원단이 유죄평결을 내렸다.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연구비를 숨기고 허위로 소득신고를 한 혐의다. 선고일은 미정이다.

중국의 천인계획은 자국 첨단 과학기술을 육성하기 위해 해외의 고급 인재를 유치하는 프로그램이다. 세계적 과학자들에게 높은 연봉과 주택·의료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리버 교수는 2011년부터 천인계획에 참여했다. 중국 우한이공대의 '전략적 과학자'가 되기로 합의했고, 막대한 금전적 지원을 받는 대신 우한이공대를 대신해 특허를 내고 국제회의를 조직하며 논문을 발표하는 역할을 맡았다.

미국 검찰은 지난해 1월 리버 교수를 기소했다. 그는 천인계획 참여 사실을 부인하고,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연구비를 숨기고 허위로 소득신고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리버 교수는 체포 후 FBI 조사에서 자신이 "나이가 적고 어리석었다"면서 천인계획 참여가 자신의 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미 검찰은 리버 교수의 천인계획 참가 자체가 범죄는 아니라면서도, 미 국방부와 국립보건원(NIH)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허위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학자들이 연구에 대한 미 정부의 지원을 받을 경우 외국 정부와의 관계를 밝혀야 하는데, 리버 교수는 NIH로부터 1500만 달러(약 178억8000만원)의 연구보조금을 받았다.

검찰에 기소된 뒤 하버드대를 휴직하고, 현재 암 투병도하고 있는 리버 교수는 이날 법정에서 무표정하게 평결을 들었다. 리버 교수 측 변호인은 그가 중국에 기술이나 독점정보를 불법으로 넘긴 혐의로 기소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증거를 훼손했고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도 없다"며 "판결을 존중하며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리버 교수에 대한 조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중국의 경제적 간첩 행위와 연구성과 절도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조사가 학문 연구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있다.

중국 측은 미국이 정상적인 과학기술 교류를 방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경제 스파이를 타격한다는 명목으로 과학자를 억압하고 중·미 간 정상적인 과학기술 교류를 방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것은 미국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커다란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인재교류 협력은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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