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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 감비아 선거도 논평 내면서…정부, 홍콩엔 “지켜보고 있다” 원론적 입장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9일(현지시간) 실시된 홍콩 입법회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단상에 올라 인사를 하는 신임 의원들. [AP=연합뉴스]

지난 19일(현지시간) 실시된 홍콩 입법회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단상에 올라 인사를 하는 신임 의원들. [AP=연합뉴스]

친중(親中) 성향 후보가 의석을 싹쓸이한 지난 19일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와 관련, G7(주요7국) 등 국제사회의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 외교부는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말을 아꼈다.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보는 홍콩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의식한 '선택적 침묵'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홍콩 동향에 관심" 원론적 입장만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사전심사를 거치도록 한 후보자 출마 규정 및 친중 인사 일색인 홍콩 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의에 “이번 선거 등 홍콩 관련 동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만 답했다. 선거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나 편파적 선거 결과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평가를 하지 않았다.

총 90명의 의원을 선출한 이번 홍콩 입법회 선거에선 친중 진영인 '건제파'가 89석을 차지했다. 중국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앞세워 선거제를 전면 개편하고 충성 맹세를 요구하는 등 후보자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강화, 민주파 후보들의 출마를 사실상 봉쇄한 결과다. 이에 유권자의 관심도 식어 투표율은 30.2%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 대변인은 또 “홍콩이 일국양제 하에서 고도의 자치를 향유하는 가운데 주민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를 보장받으면서 안전과 발전을 지속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콩이 고도의 자치를 향유하길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은 지난해 6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등으로 홍콩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질 때부터 정부가 내놓는 단골 코멘트다. 홍콩 상황에 대한 판단 자체가 빠져 있다.

G7 "민주주의 후퇴" 비판 성명 

이번 홍콩 입법회 선거는 이번 선거는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에 따라 출마자의 사전 심사 강화, 직접 선출 의원 수 축소 등으로 민주파가 불참했다. 그 결과 선거 자체가 친중·친정부 후보로만 치러졌고 총 90명의 의원 중 89명이 친중 성향으로 분류된다. [EPA=연합뉴스]

이번 홍콩 입법회 선거는 이번 선거는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에 따라 출마자의 사전 심사 강화, 직접 선출 의원 수 축소 등으로 민주파가 불참했다. 그 결과 선거 자체가 친중·친정부 후보로만 치러졌고 총 90명의 의원 중 89명이 친중 성향으로 분류된다. [EPA=연합뉴스]

한국 정부의 이런 입장은 이번 홍콩 선거를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력한 유감을 표한 G7 차원의 대응과도 비교된다. G7 외교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친중 진영이 장악한 홍콩의 이번 선거 시스템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한다”며 “중국이 홍콩의 근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존중할 국제적 의무와 일치하는 행동을 하기를 촉구한다” 밝혔다.

한국은 올해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와 두 차례의 외교장관회의에 모두 초청받았다. 이에 정부는 주요 계기마다 한국이 G7 반열에 올랐다는 점을 강조하곤 했다. 하지만 정작 G7의 핵심 가치인 민주주의 수호와 직결되는 홍콩 선거에서 이처럼 침묵이나 다름 없는 입장을 표하면서 한국이 그에 걸맞는 책임 이행보다는 피상적 지위 변경에 더 관심을 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니카라과·감비아 선거엔 논평, 홍콩엔 침묵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 나선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 [뉴스1]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 나선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 [뉴스1]

특히 한국 외교부는 그간 세계 각국의 선거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해왔다.

지난달 11일엔 중미 니카라과의 대통령 선거와 관련 “우리 정부는 7일 니카라과 대선이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한 방식으로 실시되지 않은 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내용의 대변인 논평을 발표했다. 특히 이 논평엔 “니카라과 국내 모든 정치 주체가 참여하는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니카라과의 민주주의가 조속히 회복되기를 촉구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지난 13일엔 감비아 대선에 대해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고 “감비아 대선이 국민들의 높은 참여 하에 민주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실시된 것을 환영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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