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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엔 ‘케네디 딸’ 보내는데…주한 미국대사 1년째 공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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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주한 미국대사

주한 미국대사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럴라인 케네디 전 주일 미국대사를 호주대사에 지명하는 등 주요국 대사 인선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신임 주한 미국대사 지명은 아직이다.

현재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해리 해리스 전 대사가 떠난 뒤 줄곧 공석이다. 미국의 대사 부임 절차가 주재국 동의(아그레망)→공식 지명 발표→의회 인준 요청→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전체회의 표결을 통한 인준안 최종 통과 등의 단계를 거치는 걸 고려하면 공석 기간은 1년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우선 바이든 행정부의 인선 속도 자체가 워낙 늦다는 지적이 있다. 중요한 인사와 관련해 숙고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실제 20일 미국외교관협회(AFSA)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 세계 189개국의 미국대사 가운데 아직도 93개(49.2%)가 공석이다. 한국뿐 아니라 영국 등 44곳(23.2%)은 차기 대사를 지명하지도 않았다.

국가 간 대사 임명 속도에 차이가 나는 것은 결국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8일 미 상원은 일본 등 40개국 대사 인준안을 무더기 처리했다. 일본대사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이 부임한다. 이보다 앞서 지난 16일엔 니컬러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이 주중국 대사로 인준됐다. 이로써 한국을 뺀 동북아 3국의 대사 인준이 완료됐다.

또 지난 7월 주인도 대사로 에릭 가세티 전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지명된 것을 고려하면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간 안보협력체) 회원국 대사도 모두 지명 혹은 인준이 끝났다. 주한 대사만 아직 감감무소식인데, 미 의회 내에서까지 “한국인이 모멸감(insulted)을 느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미 NBC는 지난 16일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만 해도 유리 김 주알바니아 대사,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데릭 미첼 전 미얀마 대사 등이 차기 한국 대사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근엔 하마평마저 잦아들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20일 “외국 인사 동향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나 미국 측이 주한 대사의 조기 지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3월 대선 이후 어떤 차기 정부가 들어설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국 측은 주한 미국대사 지명을 서두르기보단 대선 판세를 일단 지켜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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