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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더 심해진 부익부빈익빈…집값이 자산 격차 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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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변호사 권모(38)씨는 올해 초 전셋집을 빼고 월셋집으로 이사했다. 연 소득이 1억원 가까운 고소득자지만 최근 수년간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소외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권씨는 “가난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3년 전만 해도 대출을 끼고 살 수 있던 집을 지금은 꿈도 못 꾸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찌감치 대출받아 집을 산 친구들보다 가난해졌다”고 토로했다. 권씨처럼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을 믿고 기다렸다가 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벼락거지’가 됐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은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순자산 상위 20%(5분위) 가구의 평균 순자산액은 12억8519만원이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순자산액)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반면 하위 20%(1분기) 가구의 평균 순자산액은 1024만원에 그쳤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차이는 12억7495만원으로 역대 최고였다.

자산 격차는 얼마나 벌어졌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산 격차는 얼마나 벌어졌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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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산 양극화가 얼마나 심한지 보여주는 지표인 순자산 5분위 배율은 125.5배를 기록했다. 상위 20% 가구의 평균 순자산액이 하위 20% 가구의 125.5배에 이른다는 의미다. 지난해 조사(166.6배)와 비교하면 41.1배 줄었다.

하지만 금액을 기준으로 보면 두 집단의 격차는 지난 1년간 더 커졌다. 지난해 상위 20% 가구의 평균 순자산액은 11억2481만원이었다. 지난 1년간 이들의 순자산액은 평균 1억6038만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위 20% 가구의 평균 순자산액은 349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상위 20% 가구의 자산(부채 포함)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14억8529만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84.4%(11억6971만원)가 부동산이었다. 반면 하위 20% 가구의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9.5%에 그쳤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계층 간 자산 격차를 벌리는 구조라고 해석할 수 있다.

순자산 5분위별 자산유형별 구성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순자산 5분위별 자산유형별 구성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부동산에 투자할 의사가 있는 가구는 57.6%였다. 지난해 조사(52.8%)와 비교하면 4.8%포인트 증가했다. 투자 대상 부동산으로는 아파트(61%)를 가장 많이 꼽았다. 현재 사는 곳의 집값이 1년 뒤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가구는 35.6%였다. 1년 전보다 12.6%포인트 많아졌다.

소득 증가 속도는 자산 증가 속도에 훨씬 못 미쳤다. 소득 기준으로 상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은 지난해 1억4208만원이었다. 2019년(1억3903만원)과 비교하면 305만원 증가했다.

소득 상위 20% 가구와 하위 20% 가구를 비교한 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5.85배였다. 근로·사업소득처럼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에 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을 포함(처분가능소득)해서 계산했다. 2019년(6.25배)과 비교하면 0.4배 축소했다. 그만큼 소득 분배지표가 양호해졌다고 볼 수 있다. 공적이전을 제외한 시장소득의 5분위 배율은 11.37배였다. 소득 하위 20% 가구가 근로·사업소득 등으로 100만원을 벌 때 상위 20% 가구는 1137만원을 벌었다는 의미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소득 분배지표 개선은 재난지원금 등 재정 지원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의) 자산 격차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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