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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로펌에 3000만원 준 평가원…"수험생 돈으로 출제오류 소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취소 소송 선고 결과와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취소 소송 선고 결과와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정답 취소 소송을 위해 변호인인 대형 로펌에 3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필요한 소송에 대형 로펌까지 선임해 애꿎은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평가원은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처분 취소 소송에서 총 3080만원을 법무법인 지평에 지급했다. 정답 효력정지 가처분 건에 대한 착수금 880만원과 본 소송 착수금 2200만원이다. 각각 승소할 경우 착수금과 같은 금액을 성공 보수금으로 지급하도록 약정했지만, 두 건 모두 패소해 지급되지 않았다.

"수험생 돈으로 수험생 상대 소송" 비판

해당 소송 비용은 수능 사업비에서 지출됐다. 수능 사업비는 수험생의 수능 신청 비용과 교육부의 특별교부금으로 구성된 재원이다. 평가원의 대형 로펌 선임 소식이 알려지자 생명과학Ⅱ 응시 수험생 사이에선 “수험생을 상대로 한 소송에 수험생 돈으로 고액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이 열린 10일 오후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재판을 마친 수험생과 소송대리인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이 열린 10일 오후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재판을 마친 수험생과 소송대리인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출제 오류 소송 때도 평가원은 같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평가원은 법률 대리인으로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했고, 1·2심 재판에 총 825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로 김 의원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능 세계지리 오류 문항으로 피해를 본 학생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평가원은 로펌에 착수금만 총 5830만원을 지급했다. 해당 로펌은 이번 생명과학Ⅱ 소송을 대리한 곳과 같은 법무법인 지평이다.

2014 세계지리 손해배상 소송, 지연이자만 4억 넘어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출제 오류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학생들에게 각 200만~1000만원씩 지급하라”는 2심 판결에 불복한 평가원이 상고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에서 상고 기각해 2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평가원은 92명에 대한 손해배상 원금 5억2400만원뿐 아니라 손해배상액 지급이 늦어진 것에 대한 지연이자도 내야 한다. 이날(15일) 기준 지연이자만 총 4억5000만원에 달한다.

김병욱 의원은 "평가원의 직무유기와 고집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이 지급됐고, 정부법무공단 등 보다 저렴한 법률 보조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음에도 대형 로펌을 선임해 더 큰 비용이 나가게 됐다"며 "수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수험생을 힘들게 한 것뿐 아니라 중요한 예산까지 낭비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날(14일) 강태중 평가원장은 출제 오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날 사퇴한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법원의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항소는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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