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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서류 들고 공정위 출석…‘SK실트론 의혹’ 직접 돌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도착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대기업 총수가 공정위 전원회의에 직접 출석한 건 최 회장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도착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대기업 총수가 공정위 전원회의에 직접 출석한 건 최 회장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9시 50분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정문 앞. 최태원(61) SK그룹 회장이 누런 서류 봉투를 들고 입구에 들어섰다. 이 모습을 촬영하는 취재진의 플래시가 연이어 터졌다. 이날 공정위 전원회의에선 SK실트론의 인수 과정에서 제기된 ‘사익 편취’ 의혹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의혹에 대해 직접 답변하기 위해 공정위를 찾았다. 공정위 전원회의에 대기업 총수가 출석한 건 최 회장이 처음이다.

이번 일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는 2017년 1월 LG실트론(현 SK실트론)의 지분 51%를 주당 1만8138원에 인수했다. 3개월 뒤에는 LG실트론 지분 19.6%를 주당 1만2871원에 추가로 취득했다. 남은 지분 29.4%는 최 회장이 사들였다.

당시 회사가 아닌 최 회장 개인 명의로 인수합병(M&A) 대상 기업의 지분을 취득한 건 나중에 지분 가치 상승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지난 8월 심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SK㈜와 최 회장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최 회장은 검찰에 고발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정위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과 비슷한 무게를 갖는다.  공정위 전원회의 결정은 법원의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

SK㈜는 당시 회사 차원에서는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필요가 없었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K㈜로선 이미 LG실트론의 지분 3분의 2 이상을 확보했기 때문에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까지 충족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해외 경쟁업체가 LG실트론의 지분을 취득하면 경영에 간섭할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최 회장이 사재를 들여 LG실트론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해명한다. 당시 해외 업체까지 참여한 공개 경쟁입찰이 이뤄졌기 때문에 최 회장에게 특혜성 사업기회를 제공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15일 최 회장의 공정위 출석에 대해 익명을 원한 SK 관계자는 “(최 회장은) 당시 상황과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당사자”라며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지분을 취득한 과정을 충실하게 설명하고자 출석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SK 관계자는 “(주변에선) 다른 대기업 총수도 안 가는데 (최 회장도) 굳이 안 가도 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최 회장이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반도체 비즈니스 전략상 고민까지 위원들에게 진정성 있게 설명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이번 공정위 전원회의에는 위원 아홉 중 다섯 명만 참석했다. 조성욱 위원장과 김재신 부위원장, 윤수현 상임위원, 이정희 비상임위원(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최윤정 비상임위원(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이다. 이들이 모두 합의해야 SK㈜와 최 회장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일부 위원은 이전에 SK를 대리한 법무법인 소속이었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공정위는 다음 주에 전원회의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소재로 사용하는 얇은 원판인 웨이퍼를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는 업체다. 웨이퍼 위에 전자회로를 새겨 잘라내면 반도체 칩이 된다. SK실트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한다. 세계 시장에선 11%의 점유율로 5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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