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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석학도 지적했다…"수능 생명과학Ⅱ 20번 오류 명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현지시각) 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대 교수가 트위터에 남긴 글. [트위터 캡처]

11일(현지시각) 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대 교수가 트위터에 남긴 글. [트위터 캡처]

집단유전학 분야의 세계 최고 석학 중 한 명인 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대 석좌교수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 출제 오류를 지적했다.

프리처드 교수는 11일 트위터를 통해 20번 문항에 대한 해설을 트위터로 공유하면서 “집단유전학, 중대한 대학입학시험, 수학적 모순, 법원의 가처분명령 (흥미의)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학술원 회원인 프리처드 교수는 수학과 통계,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유전 변이와 진화를 연구해 2013년 미국유전학회의 에드워드 노비츠키 상, 2019년 파비오 프라세토 국제상 등을 받은 석학이다.

그는 20번 문제를 본인의 연구실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에게 풀어보도록 하고 그 결과를 트위터에 공유했다. 이 문제를 푼 매튜 아기레 연구원은 “터무니없고 어렵고, 사실 풀 수 없는 문제”라고 결론내렸다.

아기레 연구원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트위터 계정을 언급하며 ‘문제의 조건이 불완전하더라도 답은 낼 수 있으므로 문항의 타당성이 유지된다’는 평가원 측 주장을 지적하며 “모순 발견 전에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문제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그게 항상 사실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시험 문제는 (일종의) 답을 할 수 있지만 유효한 풀이가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약간 의도적으로 진실을 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수험생 “문제 오류” vs 평가원 “푸는데 문제없어”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문제가 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두 동물 종 집단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르게 설명하는 선택지를 찾는 문제다.

그러나 일부 수험생들은 문제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려면 한 동물 종의 개체 수가 0보다 작은 음수가 되어야 한다며 문제 자체가 오류라고 주장한다.

논란은 평가원이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격화됐다. 생명과학 Ⅱ 20번에 대해 156건의 이의제기가 쏟아졌지만, 지난달 29일 평가원은 해당 문항의 정답을 5번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평가원은 “문항의 조건이 완벽하지 않아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 타당성이 유지된다”고 밝혔다.

문항의 일부 조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답을 고르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개체 수가 음수로 나온 동물 종이 있지만, 선택지를 고르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가 성립할 수 없다는 수험생과 ‘정답은 도출할 수 있다’는 평가원의 입장이 갈리는 부분이 이번 사태의 쟁점이다.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은 평가원을 상대로 수능정답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이를 인용했다. 법원은 본안 사건의 판결을 17일 오후 1시 30분에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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