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구문화 현지취재 MBC 홍종명P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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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러시아·동구의 예술세계를 보여줌으로써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예술과 인간·문화의 범세계적 본질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MBC-TV가 가을 개편이후 17일부터 매주 수요일 밤11시에 방송하는 『수요문화기행-러시아·동구의 문학과 예술』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말초적이며 자극적인 상업적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것들이다.
푸슈킨·톨스토이·도스토예프스키·고리키 등 러시아 문학가들의 생애와 예술 및 사상세계, 바르토크·무소르크스기 등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불멸의 대 음악가들, 문학운동가이자 극작가인 브레히트, 체코출신의 작가 카프카, 몽타주기법 등 현대 영화의 기수 에이젠슈타인, 세계적 안무가 니진스키 등 이 프로그램에서 다루어질 인물들은 TV에서는 물론 인쇄매체에서도 손쉽게 접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그 예술가들의 고향과 활동무대인 소련. 동구현지취재를 통해 그곳에 뿌리깊이 배어 있는 이들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값진 체험이 아닐 수 없다.
『동구인들은 경제적으로는 궁핍하지만 정신의 풍요가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다룬 문화·예술인들은 동구사람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남아있더군요. 그들의 묘지나 박물관에서 끊임없이 이들을 기억하는 문화행사와 추모의 발길이 계속되는 것은 우리와 비교할 때 부럽기까지 하더군요.』
이 프로의 팀장 홍종명PD(41)는 특히 위대한 작가·예술가가 계속 존재할 수 있게 한 동유럽인들의 문화 애호정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한다.
변혁과 개방으로 서서히 우리와 가까워지고 있는 이들 동구의 예술세계는 특히 역사의 격변과 문화의 혼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클 것임에 틀림없다.
MBC 제작진은 지난 4월기획을 시작한 이래 4개팀으로 나눠 각각 두달가량 소련·동구 현지에서 이들의 예술세계를 화면에 담아왔다. 외국인에게 지금까지 쉽게 개방하지 않았던 옴스크·고리키 시를 처음 방문해 취재하는 등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동구 예술인들의 생애와 작품을 집중 조명했다.
서구의 미술·문학·음악세계를 다룬 데 이어 네번째 기획이 되는 이 다큐멘터리는 동구 예술에 첫발을 들여놓아 안방에까지 전달해준다는데 큰 의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서구 편향적인 우리문화에 줄 수 있은 파장도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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