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예천공항 '하늘 길' 열어주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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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경북 북부지역의 '하늘 길'이 사실상 막혔다.

예천공항의 유일한 항공편인 예천~제주 노선에 항공기가 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노선에 취항중인 아시아나항공 예천지점 박석상(49)지점장은 30일 "다음달 14일부터 내년 5월 13일까지 운항휴지 신청서를 최근 건설교통부에 제출했다"며 "이후의 운항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운항휴지 신청에 앞서 이달 초 적자를 이유로 이미 제주 노선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다.

항공기 없는 공항이 된 것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취항.운항중단을 반복해 왔던 제주노선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주 3회씩 운항하면서 탑승률이 계속 50%를 밑돈 데다 경북도와 공항 인근 자치단체인 문경시.영주시.안동시.예천군이 당초 약속과 달리 영업 손실보전금을 지원하지 않고 있어서다. 경북도와 이들 시.군은 노선을 살리기 위해 지난 1월 '지역공항 이용 항공 운송사업자 재정지원 조례'를 만들고 지난해 8월부터 7월까지 1년간의 운항 손실 보전금 9억원을 지급키로 했었다.

하지만 손실 보전금 가운데 경북도가 분담키로한 4억5천만원을 의회의 반대로 확보하지 못하자 예산을 이미 마련한 다른 지자체도 돈을 내지 못하고 있다. 도는 최근 '지원 불가'쪽으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점장은 "재정 지원 없이는 운항하기 어렵다"고 말했다.한국공항공사 예천지사도 최근 직원 16명 가운데 6명을 다른 공항으로 전출시켜 노선 폐쇄설이 나돌고 있다.

1억2천만원의 분담금을 확보하는 등 노선 살리기에 안간힘을 써온 예천군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김수남 군수는 "군민들의 숙원사업인 예천공항 살리기에 도민들이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노선 살리기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내년에도 손실 분담금 예산을 편성하고 경북도 등에 지원을 다시 요청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북도와 의회 등이 승객이 계속 줄어드는 노선에 예산을 무작정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항공기의 재운항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홍권삼 기자

*** 항공기 운항일지

▶ 1989년 12월=아시아나 서울.제주 취항

▶ 90년 6월=제주 중단

▶ 2002년 8월= 서울 중단, 제주 재취항

▶ 12월=신공항 완공

▶ 2003년 5월=제주 일시 중단

▶ 7월= 〃 운항재개

▶ 10월= 〃 운항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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