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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마주쳤지만 그냥 나와" 불난 집 12개월 아들 두고 대피한 엄마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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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불이 난 집에 생후 12개월 된 아이를 둔 채 홀로 대피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20대 엄마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2019년 4월 자택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B군을 즉각 구하지 않고 홀로 대피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화재는 B군이 자고 있던 안방 멀티탭 전선에 과부하로 인해 발생했으며, A씨는 작은방에서 자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B군의 울음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A씨는 안방에서 B군과 눈이 마주쳤지만 구조하지 않고 연기를 빼내기 위해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다.

A씨는 이후 다시 방으로 갔지만 연기와 열기 때문에 B군을 구하지 못한 채 집을 빠져나왔다. A씨는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불길이 번져 집 안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B군은 연기를 흡입해 현장에서 사망했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를 충분히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연기로 숨을 쉬기 어렵다는 이유로 현관문을 열기 위해 나왔고, 재차 안방으로 갔다 구조를 포기한 채 그대로 현관문을 빠져나왔다"며 A씨의 유기로 B군이 사망했다고 보고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나름의 판단에 따라 아들을 구조하려고 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구조하지 못한 것일 뿐 고의를 가지고 유기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가 처음 방문을 열었을 때 손잡이가 뜨겁지 않았고 B군의 얼굴이 보였다고 해도 A씨가 망설임 없이 안방으로 들어가 B군을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군에 대한 의도적인 유기·방임 또는 학대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A씨가 갑작스러운 화재로 인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연기를 빼낸 뒤 피해자를 구조하는 것이 더 안전한 방법이라고 나름대로 판단하고서 현관문을 열었다가, 결과적으로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되지 못했다는 점만으로 A씨에게 피해자를 유기한다거나 방임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밖으로 나온 뒤 119에 신고한데다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해 건물에 다시 들어갔다 나오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검사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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