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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로또' 오피스텔, 경쟁률 5761대 1…거래량도 역대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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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전용면적 85㎡ 초과 주거용 오피스텔이 인기다. 아파트 대체재로 관심을 받으면서 가격 상승세가 역대 최대급을 기록했다. 두 달 연속 1%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은 평균 매매가격이 처음으로 11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전국 전용 85㎡ 초과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1.72%다. 8월 1.69%에 이어 두 달 연속 1%대 상승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오피스텔 밀집 지역 모습. 뉴스1

전용면적 85㎡ 초과 주거용 오피스텔이 인기다. 아파트 대체재로 관심을 받으면서 가격 상승세가 역대 최대급을 기록했다. 두 달 연속 1%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은 평균 매매가격이 처음으로 11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전국 전용 85㎡ 초과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1.72%다. 8월 1.69%에 이어 두 달 연속 1%대 상승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오피스텔 밀집 지역 모습. 뉴스1

정부의 각종 규제로 아파트 거래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피스텔 거래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약은 최고 수천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 행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아파트 공급 부족의 대안으로 오피스텔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과열 양상마저 띠고 있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경기 변동에 민감해 투자에 신중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월 분양 주요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1월 분양 주요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버 마비' '떴다방' 등장…오피스텔 청약 '광풍'

지난 2일 진행된 경기 과천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 청약에는 89실 모집에 12만4426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 1398대1이고 일부 타입에서는 576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튿날 청약 접수를 진행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 AK푸르지오' 오피스텔 청약에는 12만5919명(평균 1311.7대 1)의 신청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일시 마비되기도 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분양가가 높지만 수요가 차고 넘쳤다.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아파트 매수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시세의 최대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오피스텔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오피스텔은 보유 주택 수와 무관하게 당첨 기회를 얻고,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규제지역 내 유주택자가 주택을 추가 취득하면 2주택 시 취득세가 8%, 3주택 시 12%로 올라가지만, 오피스텔은 주택 보유 수와 무관하게 4.6%가 적용된다.

100실 미만 오피스텔은 전매 제한도 없다. 과거 모델하우스 주변을 서성이던 이른바 '떴다방'이 온라인으로 대거 유입되기도 했다. 청약 희망자를 온라인에서 모집해 사전의향서를 받고, 이 가운데 청약에 당첨된 사람에게 매수 대기자를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이들은 "당첨만 되면 최소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웃돈)을 붙여 팔 수 있다"며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 당첨자 일부에게 입금을 유도하는 보이스피싱 문자가 발송되는 등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한 분양 업계 관계자는 "전매가 가능한 일부 단지의 경우 '돈 놓고 돈 먹기'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실수요자, 투자자 할 것 없이 청약에 뛰어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 경기 오피스텔 가격 상승률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서울, 경기 오피스텔 가격 상승률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매매 건수 역대 최대,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 

아파트 공급난이 지속하면서 3~4인 가족이 거주할 수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아파텔)을 중심으로 실수요자의 유입도 꾸준하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건수는 전날까지 5만1402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연간 기준으로 최고치다.

2019년 3만5557건에서 지난해 4만8605건으로 폭증했고, 올해는 이마저 뛰어넘었다.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KB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가는 2억9076만원으로 관련 통계가 나온 2010년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9월(2억8886만원)에 비하면 191만원, 1년 전인 지난해 10월(2억6498만원)과 비교하면 10% 가까이(2578만원) 상승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전국의 전용면적 85㎡ 초과 주거용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1.72%로 8월 1.69%에 이어 두 달 연속 1%대 상승세를 기록했다.

정부도 오피스텔을 전세난의 대안으로 꼽으며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국토부는 11일 주거용 오피스텔의 바닥난방 허용 기준을 기존 전용면적 85㎡ 이하에서 120㎡까지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오피스텔 건축기준'을 개정 고시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 규제 완화로 주거형 오피스텔 공급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경기 오피스텔 연도별 거래량.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서울, 경기 오피스텔 연도별 거래량.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아파트 대체재 "한계 뚜렷"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파트 공급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봉책인 오피스텔 등 규제 완화가 투기 수요를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아파트 공급이 확대되면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을 가능성도 커 그 피해가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오피스텔 등에 대한 규제 완화가 아파트 가격 안정에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투기 수요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하는데 너무 공급 측면에서만 접근하다 보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분류되는 아파트 유사기능을 하는 대체재"라며 "4~5년 뒤에 아파트 공급이 원활해질 경우 계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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