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방한하는 美동아태 차관보, 종전선언 논의? 즉답 피한 국무부

중앙일보

입력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AFP=연합뉴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AFP=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한국과 일본 방문에 나선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한국 측과 종전선언을 논의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즉답하지 않았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 방한 시 종전선언이 협의 의제인지 묻는 말에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이 제기하는 위협은 확실히 논의 테이블에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한반도의 완전하고 총체적인(complete and total) 비핵화를 위한 가능성을 진전시키려는 전략 또한 논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약 동맹인 한국과 우리의 관계는 넓고 깊다. 그래서 함께 논의할 이슈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가 종전선언을 논의할지에 대해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면서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만 전한 것이다.

통상 국무부가 적극적으로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부정적일 가능성이 크고,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동맹과 이견이 있더라도 이를 외부로 노출하지 않는다는 외교 원칙을 고려하면 종전선언이 논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인다.

지난 9월 취임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번이 첫 방한이다. 지금까지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본부장 간 진행해 온 종전선언 논의를 차관보 단계로 끌어올릴지 관심이었는데, 미국 측에서 사실상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셈이다.

한·미가 종전선언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 위해 대화할 것이냐는 비슷한 취지의 질문에 프라이스 대변인은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지속적인 평화와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 최선이자 가장 효과적인 길이라는 점에 대해 한국 측 카운터파트와 견해가 일치한다(eye-to-eye)"고 답했다. 한·미 간 의견 일치 대상은 종전선언이 아니라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라고 강조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을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종전선언을 활용하자는 입장이지만,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말 "각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 시기, 조건에 관해 (한·미가)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이견을 노출한 바 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은 물론 한국·일본 등 역내 동맹과 함께 안보를 증진하려는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조율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의 목적으로 북한과의 관여를 계속해서 모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7~10일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뒤 10~12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만남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튼브링크는 베트남 주재 대사와 중국 주재 부대사를 지낸 뒤 지난 9월 국무부에서 한국·중국·일본 등을 총괄하는 동아태 담당 차관보에 올랐다. 베이징과 도쿄에서 근무했으며, 중국어와 일본어를 구사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