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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탄소 감축 목표만 지키면…최악 기후위기는 피할듯

중앙일보

입력

4일(현지시간) 브라질의 한 공장 굴뚝에서 잿빛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브라질의 한 공장 굴뚝에서 잿빛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방안을 논의하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진행 중인 가운데, 각국이 새로 제시한 탈(脫) 탄소 목표대로 가면 최악의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COP26에서 나온 온실가스 감축 방안만 제대로 이행해도 지구 온난화 속도를 상당히 늦출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ㆍ영국ㆍ독일ㆍ호주 4개국 연구팀은 5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 세계 기후 정책과 지구 온난화의 관계를 들여다본 내용을 공개했다. 이들은 탄소중립 전망에 맞춰 최악부터 최선까지 2100년 예상 시나리오 6개를 분류했다. 시나리오별로 분석한 결과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실현될 경우 세기말 온도 상승 폭이 4도를 넘어설 가능성은 '0'에 수렴했다. 2100년까지 엄청난 극한 기후가 나타날 확률이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2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세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등 각국 정상들. A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세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등 각국 정상들. AP=연합뉴스

이 경우 2도 미만으로 상승 폭이 억제될 확률은 34%로 예측됐다. 이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 당시 나온 목표치를 분석했을 때 집계된 8%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전 세계가 합의한 1차 목표치 1.5도를 달성할 가능성도 1.5%로 나왔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퍼시픽연구소 전해원 박사는 "최근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가 쏟아져 나오면서 기존에 우려하던 최악의 기후변화가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1.5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선 더 강화된 감축 목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실제로 세계 각국이 보다 진전된 탄소중립 로드맵을 실천하면 온난화 위험이 훨씬 낮아진다. 2030년까지 탈 탄소 정책이 강화되고 정부가 의욕적으로 이행했다고 가정했을 때 온도 상승 폭이 2도, 1.5도 아래로 낮아질 확률은 각각 60%, 11%로 집계됐다.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다. 이와 반대로 새로운 배출 감축 노력 없이 기후 위기를 방치하면 세기말 지구 온도가 무조건 2도 이상 뛰어오르는 거로 추정됐다. 말 그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전 박사는 "세계 각국이 강화된 온실가스 목표를 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일(현지시간) COP26이 진행되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기후 활동가들. AF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COP26이 진행되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기후 활동가들. AFP=연합뉴스

이번 연구는 COP26에 정확한 과학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2년간 진행됐다. 각국의 새로운 감축 목표치를 반영한 기후변화 영향을 확률적으로 측정해 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분석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렸다. 자연과학 전문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정책 분야 논문이 게재되는 건 이례적이다. 다음 연구 목표는 온실가스를 얼마나 더 감축해야 1.5도로 억제할 수 있을지 면밀히 따져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의 한가희 연구원은 "이상적으로는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 2도 달성 확률이 훨씬 높게 나온만큼 그 목표치가 이번 연구에서 좀 더 강조된 편이다. 1.5도든 2도든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에 각국 정부가 꾸준한 정책 실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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