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눈물 쏟은 이숭용 "원년 멤버들 얼굴 보니까…"

중앙일보

입력

이숭용(왼쪽) KT 단장과 이강철 KT 감독이 지난 2월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이숭용 단장의 좋은 느낌은 이미 이때부터 시작됐다. 사진=KT 위즈

이숭용(왼쪽) KT 단장과 이강철 KT 감독이 지난 2월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이숭용 단장의 좋은 느낌은 이미 이때부터 시작됐다. 사진=KT 위즈

"선수 은퇴식 이후 10년 만에 펑펑 울었습니다."

이숭용(50) KT 단장이 전한 페넌트레이스 우승 소회다.

이숭용 단장은 2013년 10월, KT 초대 타격 코치로 부임, 5년 동안 현장에서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다. 2018년 10월 단장으로 선임됐다. 효과적인 1·2군 협력 시스템을 구축했고, 성공적인 트레이드도 다수 해냈다.

이숭용 단장은 "남해에서 치른 첫 전지훈련, 이듬해 대학교(성균관대 수원 캠퍼스) 야구장을 빌려 쓰며 보낸 퓨처스리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원년 멤버인 (고)영표, (심)우준이, (김)민혁이 그리고 (송)민섭이가 그라운드에서 울고 있더라.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며 우승 확정 순간을 돌아봤다.

이숭용 단장은 시즌 내내 팀 전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KT가 개막 초반 4연패를 당했을 때도 "우리 팀이 올 시즌 우승할 수 있는 힘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10월 31일 치른 삼성과의 1위 결정전은 경기 시작부터 승리를 예감했다. 이 단장은 "평소에는 야수진만 모여서 짧은 대화를 나눈다. 삼성전을 앞두고는 투수진과 코치진까지 모여서 결의를 다지더라. 내가 그동안 경기 전 모습을 얼마나 많이 봤겠나. 그날은 전율이 느껴졌다. 뭔가 달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발 투수로 나선) 쿠에바스의 1회 투구를 보면서도 '승산이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지난 8월 유명을 달리한 쿠에바스의 부친이 아들에게 힘을 주고 있는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KT는 10월부터 급격히 경기력이 떨어졌고, 10월 17~23일 치른 5경기 모두 패하며 삼성에 잠시 1위를 내줬다. 이 단장은 팀이 마지막 고비를 겪을 때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우승 후보로 꼽히지 않았다. 5강 진입도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후반기 내내 1위를 지켰다. (현장으로부터) 한 발 떨어져서 지켜봤을 때는 고전했던 10월도 '잘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돌아봤다.

이숭용 단장은 "물론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이런 말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특출난 선수는 강백호 한 명뿐이다. 이강철 감독님 말씀처럼 올해 우리는 '팀 KT'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고 했다.

KT는 오는 14일부터 한국시리즈(KS)를 치른다. 이숭용 단장은 "1위 결정전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해 가라앉았던 야구 열기가 조금은 달아오른 것 같다. 우리 선수들도 KS에서 멋진 경기로 위기에 있는 한국 야구의 재도약에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라는 대승적인 바람을 전했다.

그는 "KS는 전쟁이다. 누구도 즐기기 어렵다. 나는 (선수 시절) 우승을 놓치고 울었던 경험이 있다. 우리 선수들이 억울한 마음으로 시즌을 마치지 않길 바란다"라며 통합 우승에 대한 열망도 드러냈다. 이는 이강철 KT 감독이 3일 재개된 훈련을 앞두고 선수단에 전한 메시지와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