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 금융제재 한국도 동참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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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로버트 키밋 미국 재무부 부장관(오른쪽)이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르면 이달 말 재개될 6자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일본.중국 등 관계국들이 조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7일 서울에서 첫 한.미 차관급 전략대화가 열린 데 이어 8일 베이징에선 미국과 중국이 만났다. 북한의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베이징을 거쳐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 미, 한.일과 대북 금융제재 협상=일본을 거쳐 8일 한국을 방문한 로버트 키밋 미 재무부 부장관은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차례로 만나 북핵 문제와 관련한 미국 입장을 전달했다. 비공개리에 이뤄진 권 부총리와의 만남에서 키밋은 한국이 대북 금융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권 부총리는 "한국 정부는 유엔의 결정사항을 존중하고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관련 규정 정비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키밋은 "6자회담 틀 밖에서 금융제재 문제를 북한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고 한 8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 내용을 부인했다고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전했다. 이 당국자는 "키밋 부장관은 '미국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그 안에서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할 것이며, 북한과는 실무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며 "일본 언론이 이 실무협의를 별도의 북.미 대화로 오해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7일에는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방한했으며, 그와 만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문제와 관련해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핵 이후 우리의 대응조치는 우리한테 맡겨 놓으라고 (미국 측에) 말했다"며 "북한 상황 등에 대해 우리가 판단하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 북한, 중.러와 협의=북한 외교의 실세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인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 부상이 6자회담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베이징을 거쳐 7일 모스크바를 방문했다고 현지 통신들이 8일 보도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북한 외무성에서 핵문제를 책임지는 고위 외교관이 단기 실무방문했다"며 그의 방문이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북.러 간 사전 조율을 위한 것임을 시사했다. 또 다른 통신 리아노보스티는 "강석주가 개인 자격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일본의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은 "그의 (중국과 러시아) 방문이 6자회담 복귀와 관련한 협의를 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한 단계 진전된 것으로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8일 보도했다.

강 부상은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 위기 당시 북.미협상을 총지휘했고 6자회담과 핵실험 이후의 외교 교섭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미, 중국 이어 러시아와도 대화=중국 베이징에서 8일 3차 미.중 전략대화가 열려 성공적으로 끝났다. 양제츠(楊潔)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이날 번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을 만났다. 두 사람은 ▶6자회담 재개 일자와 진행방식 ▶전 세계 및 동아시아의 평화.안정 등 양국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중국 외교부가 발표했다.

번스 차관은 이날 오후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 다이빙궈(戴秉國) 상무 부부장을 차례로 예방했다. 양 부부장은 회담 시작에 앞서 공개적으로 진행된 대화에서 "중.미 양국의 공동 노력을 통해 이번 대화가 적극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번스 차관은 "미.중 관계는 지극히 중요한 관계"라고 화답했다.

번스 차관과 함께 전날 밤 베이징에 도착한 로버트 조셉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도 이날 오후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부부장, 추이톈카이(崔天凱) 부장조리(차관보)와 차례로 만나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의 이행 문제를 협의했다.

번스 차관 일행은 중국과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과도 베이징에서 만나 6자회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에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차관이 금명간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도쿄= 진세근.예영준 특파원

서울=김동호.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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