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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다가온 수능, 입시 공정성 재검토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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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철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수·전 한국과학기술원 입학사정관

김철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수·전 한국과학기술원 입학사정관

오는 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각 대학에서 수시 전형이 한창이다. 입시 공정이 끝없이 논란인데, 공정에 관한 논의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각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공정하다고 누구나 받아들이는 것과도 같다. 지금은 퇴락한 입학사정관제도 또한 같은 맥락이었다. 명칭마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뀌고 이마저도 정시 확대로 인해 유명무실해졌으며, 오히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원래 의도는 각 대학에서 그 대학의 교육 철학과 인재상에 맞게 지원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고려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나름대로 성취하고, 자기 주도적 학습과 성장 경험이 있는 학생을 학업·인성·잠재력 등을 통찰해 구별해 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악용한 것처럼 입시용 스펙으로, 그것도 날조된 스펙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제도의 목적은 절대 아니었다.

‘조국 사태’ 이후 공정성 논란 가열
전문성 갖춘 입학사정관 양성해야

특권 대물림 통로가 된 교육 불평등은 오히려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수능에 기반을 둔 정시에 더 기생하고 있다. 계층·지역별 격차를 완화하는 데 수능보다 입학사정관제도가 더 효과적이라는 그동안의 많은 연구 조사 결과는 입학사정관제가 더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좋은 의미의 입학사정관제가 발싸개 수준이 된 것은 이 제도의 핵심인 입학사정관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결과다. 많은 제도 실패에서 보듯 사람이 먼저다. 시행 초기에 각 대학은 입학사정관을 입학 부서의 단기 계약직 신입 직원 정도로 간주했다. 교육부도 그 정도 수준에서만 지원했으니 제도가 정착될 리가 없었다.

물론 기존 제도를 모두 허물고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중·고교 교사들의 추천을 더해 수월성 교육을 위한 특목고 입학생과 대학 입학생을 선발해보자. 추천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교사 추천이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성취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기록하면 어느 교사의 추천서가 신뢰성이 있는지 판별할 수 있다. 상급학교에서 성과가 미흡한 학생들을 계속 추천한 교사들의 추천서는 신뢰를 잃게 된다.

블록체인 기법으로, 종단적으로 한 학생에 대한 중·고교 교사들의 추천서를 관리하면 신뢰성 있는 전형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학생들을 다시 공교육 현장으로 모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어려운 가정 학생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사교육비 줄이기도 기대된다.

이것이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계층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영역 간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공정이다. 경쟁적인 공정이나 성공한 측이 주장하는 공정을 타파할 수 있다. 물론 보완점도 있을 것이다. 대학과 중·고교 국가 교육과정을 통달하고, 지원자·소속학교·지역 등의 단위별 사회·경제적 배경을 지속해서 이해하는 전문적인 입학사정관들이 꼭 필요하다.

공정은 태생적으로 단 하나의 정의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논쟁적인 개념이다. 공정은 모든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그 의미는 개인·진영·세대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 그런 의미에서 ‘조국 사태’를 두고 극과 극까지 펼쳐진 다양한 공정 주장을 뒤로하고 이제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미래세대를 위해 눈을 들어야 한다.

이렇게 한 차원 높은 공정에 대한 첫 시선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사교육을 받게 되는 특목고 입시, 학령인구 감소, 지방대 소멸 위기로 인해 점점 더 치열해지는 대학 입학전형 정책에 모여야 한다. 이를 시작으로 우리가 모두 공정에 대한 실체적 공감대를 넓혀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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